롯데 자이언츠 황재균이 갑작스럽게 등번호를 변경했다. 그것도 이대호가 달던 10번이다.
롯데는 11일 2016 시즌 시무식을 열며 새 시즌 출발을 했다. 선수단은 새롭게 착용할 유니폼을 지급받고 프로필 촬영을 하는 등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
그런데 황재균의 모습이 어색했다. 등번호가 바뀌었다. 선명한 '황재균' 이름 밑에 어색한 10번이 달려있었다. 원래 황재균의 등번호는 13번이었다.
선수들이 등번호를 바꾸는 일은 흔하다. 오프시즌 선수단 사이에 활발한 번호 거래(?)가 이뤄지고, 시즌 중 바뀌는 경우도 있다. 선수별로 선호하는 등번호가 있는데,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트레이드가 이뤄진다. 선배가 후배의 번호를 원할 경우, 약간의 강압인지 상호 합의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 속 번호가 바뀌기도 한다.
황재균도 번호를 바꿀 수 있다. 그런데 10번이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0번은 자이언츠의 상징이던 이대호가 달던 번호다. 다른 선수들이 달고 싶어도 쉽게 달지 못하는 번호였다. 그동안 송창현(현 한화 이글스) 하준호 김대우 등이 10번을 달았는데, 자의라기 보다는 남는 번호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황재균의 경우 리그 전체에서도 '황재균의 번호'로 인식되던 13번을 포기하고 자의로 10번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했다.
황재균은 "아버지께서 번호 2개를 주셨다. 이 번호 중 1개를 선택하면 잘풀릴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했다. 그 번호가 10번과 16번이었다. 16번은 동료 손용석이 달고있는 번호. 하지만 손용석이 16번에 대한 애착이 있는 걸 알기에 쉽게 달라고 할 수 없었다. 황재균은 쿨하게 나머지 하나인 10번을 선택했다. 황재균은 "비어있는 번호를 선택한 것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10번이 영구결번이면 모를까, 달고 싶은데 굳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황재균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시즌이 중요하다. 이번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군 문제도 해결하고 29세에 첫 FA 계약을 맺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라도 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는 시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