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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패 빠진 신한은행,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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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6연패 왕조의 자존심은 도대체 어디로?'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의 몰락이 심상치 않다. 신한은행은 10일 삼성생명전에서 49대77, 28점차의 대패를 당했다. 2쿼터 4점에 그치는 등 전반전에 단 14점에 그치며, 역대 전반 최소득점 타이 기록이라는 불명예에다 팀 창단 이후 최다인 6연패에 빠졌다. 통합 6연패(連覇)를 달성했던 팀이 어느새 6연패(連敗)의 수렁으로 밀려들어가며 5위까지 추락했다. 신한은행에게 영 어울리지 않는 순위다.

물론 6연패 과정에서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지난달 27일 삼성생명전에서 연장전 막판 결승골을 내주며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한 것이 사실상 시발점이 됐다. 지난 1일 우리은행전에서도 3쿼터까지 10점차로 앞서다 4쿼터 결국 동점까지 허용한 후 연장전 끝에 패했다. 이틀 후인 3일 KB스타즈전에서도 경기 막판 1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자유투 2개를 놓치고 이후 역전 결승골을 허용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이은 역전패는 예상을 뛰어넘은 사기저하로 이어지며 결국 10일 삼성생명전과 같은 졸전이 나오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신한은행이 가지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공격과 수비, 팀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즉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는 얘기다.

사실 신한은행의 멤버에 예년과 큰 변화는 없다. 김단비 신정자 곽주영 하은주 최윤아 등은 전현직 국가대표 라인업이다. 여기에 커리는 WKBL 최고의 테크니션 가운데 한 명이다. 센터 게이틀링도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의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팀 스포츠는 이름값만으로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 각자의 능력을 조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거둬야 비로소 강팀이 된다. 통합 6연패를 달렸던 '팀 신한은행'은 그렇게 유지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우리은행에 밀려 3년 연속 정규시즌 2위에 그친 신한은행은 팀워크보다는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점점 더 증가했고, 올 시즌 들어선 더욱 심해졌다. 6연패에 빠지기 이전 9승6패로 단독 2위는 지켰지만, 주로 김단비와 커리 등 주득점원의 '원맨쇼' 덕에 승리를 거두는 경기가 많아진 것이 바로 이런 사례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올 시즌뿐 아니라 내년 이후도 장담하기 어렵다. 박정은 이미선 김계령 이종애 등 호화 멤버들이 즐비했지만 이들의 이름값에만 의존하는 플레이만 하다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기세에 밀려 10년 넘게 우승 한번 차지하지 못하고 고전을 하는 삼성생명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사령탑이 개성 강한 선수들을 제대로 아우르지 못하는 것이 첫번째 문제라 할 수 있다. 신정자 하은주 곽주영 게이틀링 등 센터나 파워포워드들의 적절한 활용방법을 좀처럼 찾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상대 매치업이나 전술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이지만, 계산된 전략보다는 개인기량이나 당일 컨디션 등 임기응변식으로 기용하고 있다. 신정자와 하은주는 적지 않은 나이이다보니 체력에 따라 경기력이 들쭉날쭉 한 것을 감안하면 곽주영의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데 어중간한 대응으로 선수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다. 삼성생명전에선 상대의 전술에 사실상 무방비로 당했다. 이날 경기 후 정인교 감독은 "감독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선수들 역시 '원 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 경기 평균 실책이 16.05개로 단연 1위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부문 2위인 KEB하나은행의 14.35개보다 경기당 2개 가까이 더 많다. 팀의 구심점이 돼야하는 주장이자 가드 최윤아가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정통 센터인 하은주나 게이틀링에 제대로 공을 꽂아주지 못하다보니 활용도가 반감되고 있다. 여기에 커리는 지나친 공격성향으로 인해 동료들로부터 불만을 야기하는 한편 실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통합 6연패를 하다보니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로 후순위 선수만 뽑으면서 자연스런 리빌딩에 실패하고 제대로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지난 시즌 중간에 KDB생명에서 신정자를 데려오고 포워드 조은주를 내주다보니, 골밑 자원만 많아지고 외곽은 허술해지는 트레이드의 전략적 실패도 한 몫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올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60%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비록 5위이지만 중위권 4개팀이 물고 물리면서 2위 KEB하나은행과의 승차는 1.5경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14일 KDB생명전을 끝낸 후 올스타전 브레이크로 인해 열흘 가까이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이를 놓친다면 올 시즌은 기약하기 힘들다. 정 감독은 "휴식 기간에 팀 분위기를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