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고 있던 호랑이가 기지개를 폈다.
'명가 재건'을 선언한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의 새 시즌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만년 우승후보'의 위용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시즌 초반 반짝하다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스플릿 그룹B로 추락했던 울산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알짜배기 선수들을 쓸어 담으면서 전력을 대폭 보강했다. 전북 현대-FC서울의 '양강체제'가 될 것이라는 2016년 클래식 판도 전망이 울산까지 가세한 '3강 경쟁'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양동현의 포항행은 '신 더블타워 탄생'의 전주곡이었다. 올 시즌에는 '국대 더블타워'가 뜬다. 슈틸리케호 황태자 이정협이 울산 유니폼을 입고 '득점왕' 김신욱과 호흡을 맞춘다. 두 선수의 만남은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이 버틴 FC서울의 삼두마차에 버금가는 최강의 화력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5년 만의 토종 득점왕 시대를 연 김신욱과 슈틸리케호에서 기량을 입증한 이정협이 과연 울산에서 어떤 하모니를 만들 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2선 공격'은 구성만 보면 리그 최강급이다. K리그 최고 스피드를 갖춘 윙어로 평가받는 김인성과 '슈퍼루키' 서명원이 합류했다. 김인성은 지난해부터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변경한 김태환의 빈 자리를 메우고 측면과 중앙 모두 활용 가능한 서명원은 전천후 카드다. 지난해 여름 울산에 입단해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찬 코바는 왼쪽 윙어 자리에 전념하고 그 뒤는 2011년 콜롬비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16강행에 일조하며 '차세대 스타'로 주목 받았던 왼쪽 윙백 이기제가 받친다. 새롭게 가세한 외국인 공격수 베르나르도와 2월 중순 상무에서 전역하는 한상운은 '히든카드'로 손색이 없다.
중앙은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외국인 선수 마스다가 붙박이일 뿐 하성민 이창용 구본상의 경쟁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센터백 자리 역시 김치곤 이재성 유준수 김근환 정승현이 버티고 있으나 지난해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확고한 주전이 없었다. 김승규가 이적한 골문에는 정 산이 새롭게 가세했지만, 지난 3년 간 부상 불운 속에 클래식 무대에 뛴 경험이 단 한 경기도 없어 경기력에 대한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마스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원 연결고리가 타 팀과 비교하면 약하진 않다. 수비라인 역시 2월 중순 한상운과 함께 복귀할 '전역생' 강민수가 전역하면 센터백 라인의 무게감은 확실히 강화된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부상에서 완쾌한 정산은 기량과 성실성 모두 합격점을 받으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전북과 FC서울은 전반기에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일정을 병행해야 한다. 리그에만 전념할 수 있는 울산에겐 '양강체제'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호재다. 그러나 38라운드의 장기 레이스 속에서 빚어질 부상, 징계 변수에 백업 라인이 어느 정도 효율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 울산 선발 라인업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었던 것은 사실이나 '더블 스쿼드급'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백업 역량을 어느 정도 키우느냐가 순위 싸움의 승부처다.
윤정환 울산 감독과 선수단은 지난 5일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하며 담금질에 한창이다. 2월에는 일본 가고시마로 넘어가 실전 위주 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과연 이들은 겨울 담금질을 통해 우승후보 다운 힘을 완성할 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