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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윤성빈, 스승의 유언에 최고 성적으로 보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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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4차 대회.

윤성빈(22·한국체대)의 헬멧에는 스폰서가 아닌 'G'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G'는 4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맬컴 '고머(GOMER)' 로이드(68·영국) 코치를 뜻했다. 대표팀 합류를 준비하던 로이드 코치는 캐나다의 자택에서 암으로 숨을 거뒀다. 로이드 코치는 한국 봅슬레이 상승세의 주역이다. 봅슬레이 경력만 40년에 달하는 로이드 코치는 영국,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직전 한국 대표팀에 영입됐다. 그는 브레이크 등 각종 고급 기술 전파하는 등 한국 봅슬레이의 수준을 한 계단 끌어올렸다. 전 세계 트랙을 꿰뚫고 있는 로이드 코치 부임 이후 한국 봅슬레이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윤성빈에게도 로이드 코치는 특별한 지도자였다. 선수들에게도 다정다감한 지도자였다. 로이드 코치는 자신의 종목은 아니지만 윤성빈을 각별히 챙겼다. 영화 '아이언맨'과 '어벤져스'의 광팬인 윤성빈이 자신의 썰매 안쪽에 아이언맨 그림을 새기고 싶다고 하자 로이드 코치가 직접 나서서 처리해 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갑작스러운 스승의 사망. 스승의 유언은 "(한국 대표팀이) 올 시즌 남은 월드컵의 메달을 모두 가져와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선수들은 더욱 힘을 냈다. 'G' 스티커를 부착하고 경기에 나선 원윤종(31·강원도청)과 서영우(25·경기도연맹)은 전날 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서 1차 55초42, 2차 55초70로 합계 1분51초12를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의 차례. 그는 힘차게 스타트를 밟았다. 시작이 좋았다. 이날 레이크플래시드 경기장의 스타트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는 4초70의 기록을 세우면서 러시아의 알렉산더 트리티아코프가 2006년 작성한 4초74의 기록을 0.04 앞당겼다. 꾸준하고 강도 높은 근력 운동으로 순발력을 끌어올린 결과였다. 1, 2차 시기 합계 1분48초76(1차 53초99·2차 54초77)을 기록,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은메달은 윤성빈의 이번 시즌 최고 성적. 이번 시즌 2차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던 윤성빈은 3차 대회 3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시즌 세계랭킹은 4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 시즌 첫 번째 대회에서의 윤성빈의 랭킹은 12위. 두 달만에 무려 8계단을 끌어올렸다.

스승의 마지막에 소중한 선물을 안긴 윤성빈은 시상식에서도 로이드 코치를 추모하는 카드를 들어올렸다.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REST IN PEACE. WE LOVE YOU).' 그가 든 카드에 적혀있는 글이었다. 윤성빈은 경기 후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돌아가신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로이드 스승의 따뜻한 가르침 속에 어느덧 스켈레톤의 떠오르는 별로 성장한 윤성빈. 윤성빈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