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KBO리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 2006년과 2009년 WBC에서 크게 선전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리그 위상이 크게 올라가고, 국내 리그 활성화가 이어졌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대표팀은 지난해 말 '프리미어 12'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맛봤다.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고,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에서 놀라운 성적을 냈다.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가 끝나면 따라오는 게 대표팀 전임감독제 얘기다. 전임감독제 도입을 찬성하는 야구인들은 체계적인 대회 준비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대회 직후에 여러차례 이 부분을 역설했다. 최고의 대표팀 유지하기 위해 전임감독이 꼭 필요한 걸까. 따져봐야할 게 많은 전임감독제다.
현실적인 면을 보자. 전임감독을 선임한다고 해도 시즌중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축구 A대표팀 감독의 경우 1년 내내 이어지는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 친선전을 치른다. FIFA(국제축구연맹)이 정한 대표팀간 경기 일정 A매치 데이를 소화한다. 경기가 없는 동안에는 유럽, 일본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표선수 후보군을 체크한다. 대륙별 대회 참가국들의 전력을 살펴보고 국제축구 조류를 점검한다. 상황에 따라 국내 선수만으로 대표팀을 소집해 훈련을 할 때도 있다.
야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어디까지나 리그가 중심에 있다. 비시즌 기간에 주요 대회가 열리면 참가한다. 주요 국제대회가 매년 열리는 것도 아니다. 시즌중에 상대팀 전력을 분석하기도 어렵다. 주요 국가의 대표 선수 후보 풀이 너무 넓다.
양해영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은 "기술위원회를 가동해 선수를 체크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선수를 대표로 뽑는 일이다. 감독은 대회 몇 달 전 기술위원중에서 선임하면 된다"고 했다. 선수 선발을 위한 준비 과정은 기술위원들이 맡아서 하면 되는데, 전임감독까지 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 상황에서 프로 감독의 대표팀 지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속팀을 이끌고 시즌을 준비해야하는 프로 감독에게 대표팀 일정, 책임이 부담스럽다. 대다수 프로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부정적이다. 그렇다고 전임감독제가 완전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임감독 후보군에 포함될만한 지도자들은 프로행 가능성이 큰 야구인들이다. 현직이 없는 야구인들의 취업 차원에서 전임감독제가 논의돼서는 안 된다. 물론 비용대비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프로 감독에 준하는 계약기간과 연봉을 보장해야 하는데, 대표팀 일정을 감안하면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현재 일본은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선임해 대표팀 '사무라이 재팬'을 끌어가고 있다. 양 사무총장은 "사무라이 재팬은 상당히 특수한 경우다. NPB(일본야구기구)가 아닌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주도해 마케팅 차원에서 대표팀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동안 일본대표팀은 국제대회가 없는 비시즌 때 대만, 유럽팀과 친선전을 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을 초청하기도 했다. 양 총장은 "친선경기 수준의 교류전을 위해 비시즌 기간에 대표팀을 소집하기는 어렵다. 상대가 주로 아시아권 국가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큰 관심을 끌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