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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스퍼 오리온'이 '헤인즈 오리온'보다 매력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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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리온의 경기력을 보면 매우 인상적이다.

시즌 초반 선두 독주할 때의 경기력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객관적 전력이 더 낫거나,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그런 부분이 아니다. '팀 스포츠'라는 농구의 기본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이면서 화려한 농구를 펼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시즌 전 오리온은 '1강'으로 꼽혔다. 애런 헤인즈의 존재감과 이승현 김동욱 문태종 허일영 등 풍부한 포워드진이 있었다. 당시 징계를 받은 장재석과 군에서 제대할 최진수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골밑의 약점이 있지만, 화려한 포워드 농구로 극복했다. 시즌 초반 그랬다.

당시 헤인즈는 독보적이었다. 해결사 역할은 물론 게임조율을 함께 했다. 문태종의 클러치 능력도 빛났다. 하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일단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다. 조 잭슨은 상대의 지역방어에 맥을 추지 못했다. 출전시간 자체를 많이 보장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이승현과 김동욱, 그리고 허일영 등의 역할이 축소된 느낌도 강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이런 불균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시즌 초반 일단 승수를 벌면서 기선 제압이 중요하기 때문에 헤인즈의 의존도가 강하다. 문태종의 출전시간이 늘어난 부분도 마찬가지다. 점차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 잭슨은 여러가지 실험과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씩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헤인즈 의존도'는 여전히 줄지 않았다. 팀은 독주를 하고 있었지만, 가진 전력의 100%를 온전히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오리온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헤인즈가 부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 결국 슬금슬금 쫓아 올라오던 모비스에게 선두를 뺏긴 상황이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였던 제스퍼 존슨은 우선 몸 만들기가 시급했다. 몸무게가 많이 불어 있었다. 때문에 많은 보탬이 되지 못했다. 조 잭슨을 메인 외국인 선수로 썼지만, 높이의 아킬레스건은 더욱 커졌다.

다시 헤인즈가 들어왔다. 무릎 부상 이후 40일 만에 복귀했다. 그런데 지난해 크리스마스 SK전에서 왼발목을 접지르면서 또 다시 전치 5주 진단을 받았다. 오리온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반전의 복선'은 이미 깔려 있었다.

제스퍼 존슨은 조금씩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전의 기량이 나오기 시작했다. 12월20일 KT전에서 오리온은 92대66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상승세를 타던 삼성마저 97대69, 28점 차로 대파했다. 존슨은 각각 18득점, 9리바운드(KT전), 17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삼성전)을 기록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삼성전 이후 떠나는 제스퍼 존슨에 대해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너무나 고마운 선수다. 대체 외국인 선수지만, 팀 승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컨디션이 올라왔는데 떠나게 돼 너무 아쉽다"고 했다. 단지 이별 과정에서 건네는 의례적인 멘트가 아니었다.

헤인즈가 복귀전에서 부상을 입은 것은 '전화위복'이었다. 오리온은 당연히 제스퍼 존슨을 다시 불렀다.

언뜻 보기에 둘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다.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다. 농구를 영리하게 하고 슛과 패스가 모두 되는 선수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둘은 많은 차이가 있다.

오리온 허일영은 "둘 다 뛰어난 패싱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확실한 차이가 있다. 헤인즈가 돌파 후 득점을 먼저 노리고, 패스를 나중에 생각하는 선수라면, 존슨은 항상 '내 눈을 보라'고 말하며 패스를 먼저 생각한 뒤 슛을 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허일영의 생각에 동의의 뜻을 나타난 추 감독은 더욱 상세하게 둘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공격에서는 좀 더 공간을 벌릴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 제스퍼가 3점슛이 정확한 반면, 헤인즈는 미드 레인지가 주요 공격공간"이라고 했다.

두 가지 부분은 오리온에게 미세하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차이점이다. 위에서 강조했듯이 오리온은 활용할 수 있는 포워드 자원이 차고 넘친다. 당연히 이들을 모두 활용하는 틀을 만들어야 팀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 전력 자체가 극대화된다.

이런 측면에서 '패스 우선'인 제스퍼 존슨의 플레이는 김동욱 허일영 문태종 이승현 등에게 더욱 많은 움직임을 유도한다. 외곽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컷-인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외곽 3점포가 날카롭기 때문에 상대 수비의 미스매치(오리온은 포워드진이 풍부하기 때문에 매 경기 1~2개의 포지션에 미스매치가 난다)를 더욱 날카롭고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비에서도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골밑 수비는 부족하다. 하지만 헤인즈에 비해 제스퍼가 약간 더 버티는 힘이 강하다. 즉, 오리온이 주로 사용하는 더블팀에 대한 외곽 수비의 부작용을 좀 더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같은 차이점 때문에 최근 오리온은 매우 매력적인 농구를 한다. 내외곽이 유기적이면서도 코트에 나서는 5명의 선수가 고르게 움직이고 득점하는 틀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 하나, 포인트가드로 혼란을 겪던 조 잭슨마저 제스퍼 존슨의 영향을 받아 좀 더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 감독은 "조 잭슨이 최근 살아난 부분은 경험이 쌓인 부분도 있지만, 제스퍼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은 부분도 크다"고 했다.

물론 오리온은 여전히 헤인즈가 필요하다. 제스퍼 존슨은 여전히 '대체 외국인 선수'다. 당연히 바꿀 계획은 없다.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오리온은 승부처에서 파괴적인 공격력과 좋은 패싱력을 가진 헤인즈를 당연히 버릴 수 없다. 존슨의 약점 중 하나가 완벽한 총력전이 되는 플레이오프가 되면 위력 자체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현 시점에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인기량에서 헤인즈와 존슨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최근 오리온의 농구는 매우 조직적이면서도 유기적이다. 경기내용이 이를 증명한다. '제스퍼의 오리온'이 '헤인즈의 오리온'보다 더욱 매력적인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