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LG 트윈스를 얘기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게 '빅4'였다. 최고참 타자 이병규(42·등번호 9번) 박용택(37) 그리고 정성훈(36) 이진영(36)이었다.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타율 3할을 어렵지 않게 칠 것 같았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었다.
2016시즌을 앞두고 LG 야수진의 상징적인 얼굴과도 같았던 '빅4'의 아성이 사실상 와해될 처지에 놓였다.
먼저 이진영이 지난해 11월말 KBO 2차 드래프트에서 kt 위즈로 이적했다. LG 구단은 고민 끝에 이진영을 40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시켰고, 베테랑 야수가 필요했던 kt 구단이 전체 1순위로 이진영을 바로 찍었다. LG 구단은 젊은 선수들을 보호 명단에 포함시키는 대신 이진영을 제외했다. 한마디로 구단의 세대교체 의지를 보여준 한 사례였다. 이진영은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을 동시에 갖고 정든 LG 줄무늬 유니폼을 벗었다.
LG 구단의 세대교체 의지는 계속 이어졌다. 양상문 LG 감독은 6일 이병규(9번)를 17일 출발하는 1군 미국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해 이병규에게 양해를 구하고 명단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병규는 2군과 함께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병규가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면 일본 오키니와 2차 전지훈련으로 합류할 수 있다.
이병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LG와 계약이 종료된다. 그는 지난 2년간 햄스트링을 다치는 등 계속된 부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1군 보다는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1군에서도 대타 요원으로 나갈 때가 많았다. 이병규는 오는 3월까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만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용택과 정성훈의 입지도 과거 처럼 절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박용택은 6일 실시한 LG 구단의 새 주장 선출 투표에서 류제국(89표) 7번 이병규(22표)에 이어 3위(18표)를 차지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구단의 세대교체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
박용택은 2015시즌에도 팀내 타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변함없는 경기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구단 구성원들은 이제 박용택 보다 젊은 선수들이 팀의 리더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정성훈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그는 지난해 시즌 말미에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 KBO와 구단에서 징계를 받았다. 잔여 시즌 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정성훈 같은 고참 선수의 일탈행위는 후배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 정성훈은 자숙했고 그의 입지는 좁아졌다.
양상문 감독은 6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야구만 생각하며 야구만 잘 하자"고 선수들에게 힘주어 말했다. 신임 신문범 LG 스포츠 대표이사는 "지난해는 야구계에 불미스런 일들이 많았다. 일탈행위는 절대 안 된다"며 프로선수로서의 행동규범을 강조했다.
LG 야구를 사실상 이끌었던 '빅4'는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들의 빈자리를 젊은 기대주들이 빨리 채워야만 LG가 구상하는 세대교체가 성공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