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5일은 프로야구에서 상징적인 날이다.
비활동기간이 끝난다. 10개 구단이 앞다퉈 전지훈련지로 떠난다. 혹자는 이 때부터 새 시즌이 시작된다고도 한다.
규약에는 없지만, 15일은 대다수 구단이 연봉 협상 마감일로 간주하는 날짜이기도 하다. 도장을 찍지 않으면 그 선수의 캠프 합류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이러한 강경한 자세 때문에 몇몇 선수들이 속앓이를 해야 했다. 떠나야 할 날짜는 다가오는데, 구단의 입장은 바뀔 줄 몰랐다. 그래서 FA가 아닌 선수들은 늘 협상 테이블에서 약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구단의 제시액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조금 변했다. 넥센 히어로즈나 kt 위즈처럼 속전속결로 새 시즌 연봉을 마무리한 구단이 있는 반면, 굳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팀도 있다. 가뜩이나 후자에 속한 팀들은 "15일까지 안 된다면 캠프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선수 등록 마감일 전에만 끝내면 문제 없다는 것이다.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 2위에 오른 NC는 주축 선수들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고 팀도 2년 연속 가을 야구를 하면서 눈높이가 달라진 결과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나성범은 특별한 케이스다. 프리미어 12 대표팀, 기초 군사 훈련, 결혼식에 신혼 여행까지 다녀오면서 협상 실무자와 만날 시간이 없었다. NC 관계자는 "이번주 나성범과 첫 만남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도 아직 연봉과 관련된 소식이 없다. 3팀 관계자는 "대부분 선수와의 계약은 마쳤다. 일괄적으로 발표하기 위해 나머지 선수의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일부 선수와 구단의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하다는 후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4팀의 공통점. 최근 몇 년간 내·외부 FA들에게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다른 선수들의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어 협상 테이블에서 잡음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류 속에 최근 2년간 반복된 '15일 이후' 계약자가 무더기로 나올지 관심이다. 지난해엔 LG 주축 투수인 봉중근, 류제국, 우규민이 캠프가 한창일 때 계약을 마쳤다. 봉중근은 19일, 류제국과 우규민은 29일 돼서야 계약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구단은 미계약자는 캠프에서 동행할 수 없다는 관행에 따라 국내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봉중근은 계약 후 다음날 바로 전지훈련지로 떠났고 류제국과 우규민도 서둘러 사이판 재활캠프에 합류했다.
그보다 1년 전인 2014년 겨울에는 SK가 시끄러웠다. 최정이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로 출국하기 직전인 15일에, 김강민은 19일 도장을 찍었다. 또 마무리로 활약한 박희수는 26일 다섯 번째 협상 만에 합의점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SK가 LG와 달랐던 점은 김강민, 박희수 모두 미국에서 협상했다는 것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