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다 인정했다. 준비 잘하겠다고 약속하더라."
안양 KGC는 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반기 마지막 경기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전을 90대82로 이겼다. 2연패 탈출이자 공동 4위 유지. 나쁘지 않은 결과였는데, 경기 후 김승기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외국인 센터 찰스 로드 때문. 로드는 이날 경기 5득점 9리바운드에 그쳤다.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컨디션 자체가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슈팅 밸런스는 아예 무너졌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 전자랜드가 7연패에 빠져있던 상황이고, 높이가 낮은 팀이기에 로드가 조금만 더 분발했더라면 더욱 쉽게 경기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로드의 부진 속에 전반 20점 리드 이점을 끌고가지 못하고 4쿼터 2점차까지 추격을 당하기도 했다. 슈터 이정현은 "로드가 부진해 골밑이 흔들리면 그 부하가 외곽까지 밀려와 힘이 든다"고 말했다.
로드의 부진, 이해못할 건 아니다. 로드는 지난 연말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고, 장례식 참석차 미국에 다녀왔다. 아직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크다. 여기에 미국에 다녀오는 동안 운동도 전혀 하지 못했다. 사실, 농구를 잘하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다. 슬픔을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하루 빨리 털어내야 하는 숙제를 로드는 안고 있다. 다행히 올스타 브레이크를 만났다. 로드가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김 감독은 로드에 대해 "로드가 경기 감각을 찾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 본인도 경기 후 다 인정을 했다. 미국에 다녀오니 자신도, 팀도 망가져있는 모습에 힘들어했다. 몸은 안되는데 마음만 급하니 농구가 되겠나. 휴식기 동안 잘 준비한다고 약속하더라"고 말하며 "게임만 뛴다고 경기 감각을 회복할 수 없다. 연습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다행인 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여기에 목부상을 당한 양희종도 돌아온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부상병 없이 전력을 풀가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GC는 박찬희-이정현 국가대표 앞선이 건재하고, 최근 오세근의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양희종-강병현의 노련미도 좋다. 남은 퍼즐은 로드다. 로드가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KGC는 후반기 최강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반면, 로드가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KGC 농구는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