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무덤덤이다. "올해 목표요? 다른 거 뭐 있나요. 그냥 버티는 거죠. 올해 잘 버텨, 내년에도 뛰는 거." 최고령 현역 선수 KIA 최영필(42)은 올겨울에도 바쁘다. 일찌감치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시즌이 끝난 뒤 모교인 경희대에서 개인훈련중이다. 오전부터 해질녁까지 아들뻘인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큰아들 최종현(20)도 아버지 옆에서 같이 뛴다. 미리 몸을 만들어 이달 중순 전지훈련 스케줄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기 위함이다.
최영필은 "한해, 한해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다. 스스로 한계를 긋고 싶지 않다. 한순간이라도 부끄럼없이 마운드에 설 수 있다면 계속 현역이고 싶다. 반대로 창피를 당한다면 미련없이 유니폼을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필은 2014 시즌 KIA에 신고선수(연습생)로 입단해 4승2패14홀드,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5승2패10홀드 평균자책점 2.86으로 2년 연속 호투했다. 올해 연봉은 지난해와 같은 1억3000만원 동결. 팬들은 인상요인이 충분하다며 오히려 아쉬워했다. 최영필은 "KIA에서의 모든 대우에 만족한다. 올해 또 한번 잘 준비해 팀에 보탬이 되고, 내년에도 현역으로 뛰는 것이 목표"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해 동갑내기 진갑용과 같은 학번인 손민한이 은퇴했다. 이제 LG 이병규(42, 9번)만 남았다. 최영필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프링캠프에서 스피드를 1㎞라도 끌어올리려 애쓸 것"이라고 했다. 대충 대충 요령으로 볼을 던지며 현역생활을 연장할 생각은 없다. 최영필은 지난해 후배들과 약속한 직구 위주 승부를 올해도 이어갈 참이다. 직구는 여전히 140㎞대 초중반을 넘나든다. 스피드업은 전체적인 밸런스와 근력, 근지구력이 동반돼야 가능하다. 혹독한 훈련량을 채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면 밀려날 수 밖에 없음을 경험으로 체득한 그다.
어려운 시기를 겪은만큼 행복을 위해 쏟는 지금의 땀이 소중하기만 하다. 최영필은 2011년 FA미아가 된 뒤 멕시코리그, 일본독립리그를 전전했다. 2012년 SK에 입단했지만 2013년을 끝으로 은퇴를 제의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역에의 꿈을 놓지 않았다. 최영필은 자신을 받아준 KIA를 위해 지난 2년간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지난시즌 막판 타구에 손목을 강타당했다. 미세골절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최영필은 "팀의 막판 5위 다툼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올해는 가을야구의 한을 풀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