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내야 포지션 가운데 아직 명확하게 주전이 확보되지 않은 파트가 두 군데 있다. 유격수와 3루수다. 그러나 3루수는 현 시점에서 외국인 타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2015시즌에 워낙 많은 변화와 경쟁을 거친 파트지만, 국내 선수들 중에서 공격과 수비에서 이렇다 할 임팩트를 남긴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회성이나 주현상 신성현 등 국내 선수들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른 포지션으로 출전하거나 대주자, 대수비, 대타 요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내야 포지션 가운데 현재 최고 격전지는 바로 유격수라고 볼 수 있다. 1루수 김태균과 2루수 정근우, 그리고 포수 조인성은 부동의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 역시 유격수 자리에 누구를 넣을지를 두고 가장 고민하고 있다. 김 감독은 "유격수 포지션이 최대 관건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잘 생각해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민이 된다는 건 다시 말하면 누구도 아직까지는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뜻. 때문에 비슷한 위치에서 현재 경쟁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후보는 현재로서는 두 명이다. 2015시즌에 유격수 자리를 지켜낸 강경학(24)과 상무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하주석(22)이다.
강경학은 2011년 2라운드 16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는데, 재치가 있고 경쾌한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잔 실책과 송구 능력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타격 면에서도 보완점이 많이 필요하다. 지난해해 120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7리에 그쳤다. 짧은 스윙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볼넷(40개)보다 삼진(58개) 갯수가 훨씬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강경학은 2015 시즌 한화의 최대 문제점 중 하나였던 하위타선 부진의 한 축이었다.
이런 강경학과 대결해야 하는 하주석은 2012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기대주였다. 한화의 미래 뿐만 아니라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 대형 유격수로 기대받았다. 큰 신장(1m84)에 장타력과 스피드까지 갖춰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꿈꿨다. 실제로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집중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프로 무대에 선 하주석은 약점이 많은 선수였다. 바꿔 말하면 기본기가 완전히 다져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 그래서 고교 레벨에서는 경쟁자들을 압도했지만, 프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는 이겨낼 수 없었다. 하주석은 입단 첫 해 70경기에 나왔지만, 타율 1할7푼3리를 마크했고 2군에서 처음부터 다시 기량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말 상무에 입단했다.
상무에서의 2년은 하주석에게는 부담없이 기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 시기를 통해 어느 정도 경쟁력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2015년 하주석은 상무에서 88경기에 나와 타율 3할6푼6리, 7홈런 41도루를 기록했다. 퓨처스리그 전체 타율 5위에 도루 1위, 3루타(11개) 1위에 올랐다. 아마추어티는 완전히 벗어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비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기본적으로 큰 키로 인해 자세가 높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강경학이나 하주석 모두 현 시점에서는 '주전'을 확실하게 굳힐 정도의 기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도 그래서 어느 누구의 손도 확실히 들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스프링캠프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기량을 다듬으며 경쟁자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올해 주전 자리를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과 플레이 스타일이 명확히 다른 두 젊은 내야수들의 경쟁이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치열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