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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조상우 성공, 스플리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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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스플리터다.

넥센 히어로즈 조상우(22)가 다가올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다. 염경엽 넥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마무리 손승락의 롯데 자이언츠 이적, 셋업맨 한현희의 부상 등으로 마운드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조상우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 양훈에 이어 4번째 선발로 사실상 확정이다. 만약 그를 마무리로 쓸 경우 긴 이닝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충분한 휴식일을 보장해줘야 해 보직 전환의 목소리가 구단 내에서 나왔다.

다만 필승계투조에서 뽐낸 위압감을 선발로서도 과시할지는 의문이다. 프로 입단 후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한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선발과 불펜은 기본적으로 피칭 스타일이 다르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가 요구되는 선발은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맞혀 잡는 투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반면 불펜은 공 한 개마다 전력 투구다. 삼진 잡는 피칭이 우선시 된다. 2007년 국내로 돌아와 선발 투수로 LG 생활을 시작한 봉중근도 첫 해 24경기에서 6승7패를 거두다 '힘 뺀 직구'로 외야 뜬공을 유도하기 시작하면서 3년 연속 10승 고지에 올랐다. "굳이 매 타자를 상대로 전력 투구를 할 필요가 없다. 직구에 스피드 차이를 주면 좋겠다"는 전력분석팀 조언에 귀 기울인 결과다.

이는 조상우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힘만 앞세운 피칭으로는 커트에 능한 국내 타자들에게 고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간의 몸은 투구수 70개가 넘어가면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윽박지르는 피칭으로 일관하다간 풀타임 버틸 수 없다. 염 감독도 "당장은 5이닝 동안 100개 던지는 선발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경기를 치르면서 본인이 느끼고 발전해야 한다"며 "결국은 70%의 힘으로도 던질 줄 아는 투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화구도 요구된다. 타자의 시야를 흐트러뜨리고,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슬라이더 이외의 구종을 섞어 던져야 한다. 예를 들면 스플리터와 커브다. 다행히 모두 조상우가 던질 줄 아는 구종이다. 실전에서 간혹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번 캠프에서 가다듬어야 한다. 구단 내에서는 "빠른 직구가 있기 때문에 둘 모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도 커브보다는 스플리터를 더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스플리터를 장착하면 직구 스피드가 떨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보이는 현상이다. 하지만 구사율을 급격히 올리지 않으면 큰 지장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본 프로야구 A급 투수들의 경우에도 결정구로만 스플리터, 포크볼을 던진다. 팔꿈치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포크볼을 고집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어쨌든 이에 앞서 조상우가 스플리터를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염 감독도 일전에 "조상우 같은 선수가 떨어지는 공을 갖고 있으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