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최성원(30)을 보자마자 "노을이랑 똑같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
"칭찬이죠?"라고 웃으며 되묻는 최성원에게 서둘러 "그렇다"고 대답했다. 최성원은 tvN 금토극 '응답하라1988'에서 17살이라는 설정이 무색한 노안의 막둥이 성노을 역으로 출연 중. 자칫 '정말 노안이다'라는 말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한 미소와 편안한 인상이 노을이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노을은 억센 두 누나 보라(류혜영), 덕선(혜리)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나 기를 못 펴는 막둥이지만, 성동일의 귀한 외아들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인물이다. 최성원은 류혜영(24), 혜리(21) 보다 연상인데다 '노안'임에도 불구, 때론 능글맞고 때론 순수한 표정으로 '어림'을 연기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한 최성원도 처음엔 조용하고 순한 노을이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전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마치고 난 뒤에는 최성원의 얼굴이 사뭇 달라보였다.
-'응팔' 인터뷰 공식 질문이랄까. 혜리 남편이 누구일 것 같나.
저도 정말 궁금해서 혜리한테 계속 물어본다. 비밀 지킬 테니까 한 번만 알려달라고. 혜리는 알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근데 정말 모른단다. 단, 성동일 아버지가 안 계실 때만 물어 본다. 아마 보시면 '네 거나 잘하라'고 하실거다. 처음에는 정환이라고 생각했다가, 점점 택이 같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궁금하다. 택이가 돈도 많이 벌고 능력자라 좋을 것 같은데 워낙 해외 출장이 잦지 않나. 그래서 누나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정환이 형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참 고민된다.
-노안 캐릭터라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공개 오디션이라 어떤 배역일지 모르고 그냥 갔다. 가니까 칠봉이 대사가 있더라. 지정 대본이 여러 개 있어서 골라서 했다. 신원호PD가 분위기를 풀어주셔서 근황 이야기도 하면서 편하게 했다. 그러다 갑자기 가만히 정면을 응시해 보라고 하더라.(최성원은 그때 상황을 재연하듯, 말없이 정면을 쳐다 봐 기자의 웃음을 자아냈다)그랬더니 지금 웃으신 것 처럼 PD님도 웃더라. 그리고는 '옆에 누군가 엄청 싸우고 있는데, 휘말리기 싫다는 표정으로, 살짝 옆으로 이동해 보라'고 하더라. 또 '방금 한 대사 고등학생 처럼 어린 투로 읽어 보라'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보라와 덕선이 싸우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제가 성노을 역과 맞는지 이리저리 살펴보신 것 같다.
-본인이 생각하는 오디션 합격 이유는?
외모? 눈매나 처진 눈썹이런게 딱이라고 생각하신 듯하다. 하하. 사실 그때 당시에 많이 힘이 빠져 있었다. 거듭된 오디션으로 힘이 빠져 있었다. 평소에도 빠릿빠릿하고 총명하고 그런 얘기는 듣지 않는데, 그날은 힘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컨디션이었다. PD님이 '너 원래 이렇게 말투가 느리니?'라고 물으셨을 정도다. 그날 따라 호흡이 느리고, 힘이 빠져있고, 어눌하고 그런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게 통한 것 같다.
-그날 에너지가 넘쳤으면 노을이가 안 됐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나중에 작가님이 '생각보다 노안 캐릭터 찾기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
-제작진이 연기적으로 특별히 주문한 것은 없나.
부연적인 캐릭터 설명을 해주시기는 했다. 기도 못 펴고 늘 기가 죽어 있는 아이라는 식으로. 근데 작가님이 주신 결정적 조언은 '그냥 지금처럼 쭉 늙으면 된다'는 것.(웃음).
-신원호 PD와 '남자의 자격'으로 인연이 있었다.
오디션에 제출한 프로필을 보고 저를 알아보시더라. '남자의 자격' 때는 주로 후방에서 서포트를 해 주시고 박칼린 선생님이 앞에서 합창단을 이끌어 주셨다. 그래서 당시에는 길게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도 저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했다.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없다보니 '생각보다는 잘 하네' 이렇게 된 것 같다. 나중에 2차로 오디션을 보려갔더니 노을이 대본이 있더라. 노을이 대본을 약간 어눌한 말투로 읽었는데, 그게 생각하신 캐릭터랑 맞았나 보다. 지금 하는 것 처럼 하면 될 같다면서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
-그런 노을이가 일일카페를 해서, 부모님이 학교로 호출당하기도 했다. 조금 의외였다.
근데 일일카페가 탈선은 아니었다고 하더라. 당시 고등학생들은 많이 했다고 한다. 근데 재미있는게, 극 속에서 선생님이 '노을이가 여자친구랑 놀러 가려고 했다더라' 이렇게 다 설명했는데도 아무도 믿지 않더라. '여자친구 없는데 착한 노을이가 괜히 거짓말 했을 것이다. 어머니 화장품 사드리려고 돈을 번 것이다' 이렇게 보시더라. 시청자들 생각만큼 그렇게 순수하고 순진한 아이는 아닌데. 하하. 사실 철없고 가끔 보면 누나한테 맞을만한 행동도 하는, '황홀한 사춘기'를 너무도 보고 싶어하는, 그런 평범한 그 또래 남자아이다.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이 반말하고 때리는데, 연기라지만 기분 상한 적은 없나
기분이 나쁘거나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좀 아픈 적은 몇 번 있다.(웃음) 1화에서 머리를 맞았는데 방송에 나간 것에 비해 10배 정도 맞은 것 같다. 근데 맞아서 아픈 게 차라리 다행이지. 일 없이 집에서 놀아서 마음이 아픈 것 보다 나을 거다.
-경험이 녹아있는 말 같다.
하하. 사실 성동일 선배님의 주옥 같은 명언이다. 성동일 선배님이 거의 쉬는 날이 없으시다더라. 작품도 연이어 하시고, 스케줄이 정말 강행군이다. 한 번은 '피곤하지 않으세요'라고 했더니 '집에서 노는 게 힘든 것이m 작품이 없는게 더 피곤한 것"이라고 하시더라. 그 말씀이 인상적이어다.
-성동일이 유독 아껴서 출생의 비밀에 대한 얘기도 있다.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더라. 제 생각에는 출생의 비밀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아들 바보 캐릭터가 아닐까. 성동일 선배님이 실제로도 정말 잘 해주신다. 전작인 영화 '탐정'에서 만난 인연으로 조금이라도 제 신들을 살려 주시려고 해 주시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덕선이한테 "네가 1등하면 엎고 동네 200바퀴 돌거다" 이런 멘트가 있으면, 괜히 저를 한 번 쳐다보시면서 "노을이는 건강하기만 해"이렇게 애드리브를 해 주시는 식이다.
-성동일의 애드리브가 많은 편인가.
애드리브를 꽤 하시는데, 절대 허투루 안 한다. 그게 다 철두 철미한 계산으로 이뤄져 있다. 굉장히 효율적으로 애드리브를 한다. 옆을 쳐다 보는 애드리브를 할 때면 티가 거의 안 날 정도로, 딱 필요한 만큼만 고개를 들린다. 그렇게 되면 다른 각도에서 찍을 때 그 움직임 그대로 한 번 더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쓸데 없는 움직임은 하지 마라. 책임지지 못할 더블 액션을 하지 마라'고 하신다. 오죽하면 제작진보다 철저하셔서 신 PD님이 '연출부 시키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성동일이 연탄을 열심히 깨던데. 대본에 있는건가?
그 또한 애드리브다. 그냥 쉽게 하는 행동 같이 보이지만,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동일 선배님이 하도 연탄을 깨시니까, PD님도 나중에는 '거기 연탄 하나 세팅해 두라'고 하시더라.
-어머니들은 어떤가?
저희끼리는 쌍문동 태티서라고 부른다. 어머니들도 정말 잘 해 주신다. 라미란 선배님은 특히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시다. 전국노래자랑 예선 장면 찍을 때도 정말 웃겼다. 드라마에 나온 것보다 현장에서 훨씬 웃겼다.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에 육성재 씨가 잠깐 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아들 역할로 오래 호흡하는 건 제가 거의 처음이지 않나. 이일화 선배님이 저를 보고 있으면 성동일 선배님이랑 은근히 닮았다고 하시더라. 그 말에 괜히 촬영할 때 조금씩 성동일 선배님 행동 같은 것을 따라하기도 했다. 근데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것 같다. 하하.
-빠른 85년생이라 88년도 기억은 별로 없겠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나?
사실 88년도 기억이 많지 않다. 그래도 극 속에서 1년, 2년 이런식으로 조금씩 시간이 흘러가니까 점점 알만한 것들도 생기더라. 특히 CM송이 익숙한게 나오더라. '쥬시 후레쉬~' 이런 CM송이 저는 참 익숙한데, 혜리는 모르더라. 한 번도 못 들어봤다고 하더라.
-실제 학창시절에는 어땠나.
고등학교 때는 90kg이 넘었었다. 그래서 살을 빼느라 힘들었었다. 한창 다이어트 할 때는 굉장히 예민했다. 식구들이 나 빼고 뭐가 먹기만 해도 서러워했다. 아버지가 체육 교사셨기에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운동은 좋아한다. 근데 넓고 얕게 하는 편이라. 태권도며 여러 운동들 다 조금씩만 할 줄 안다. 주짓수를 배운 적도 있고. 요즘은 야구를 많이 한다.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주짓수도 배웠다고? 노을이 이미지와 사뭇다르다.
아, 근데 3개월 밖에 안 해서 했다고 하기도 민망하다. 하하. 한 번 하고나면 온 몸이 너무 아프다. 처음 배웠을 때는 정말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가끔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서워서 못 하겠더라.
-그러고 보니 키도 크고 체격이 좋다.
키가 182cm 정도 된다. 생각보다 키가 크다는 말을 정말 자주 듣는다. '남자의 자격' 촬영 때 내내 같이 있었던 형이 '너 키가 이렇게 컸냐'고 새삼 놀란 적도 있다. 비율이 안 좋아서 그런지 다들 제 키보다 작은 줄 알더라. 하하.
-이렇게 건장하지만 누나들 속에 있으면 되게 작아 보인다. 센 캐릭터들에 가려 처음엔 노을이가 묻히는 기분도 들었을 것 같다.
만약 저까지 소란스러운 캐릭터였다가는 오히려 더 묻히지 않았을까 싶다. 묵묵히 조용히 그런 노을이 만의 매력이 있는 듯하다. 옆에서 싸우면 모르는 척 혼자 닭다리 뜯고, 싸우면 은근슬쩍 피하고. 그런게 맞는 것 같다. '응답하라1988'이라는 모두가 기대하고 관심이 있는 작품에 운 좋게 참여하게 됐는데, 욕심이 안나고 기대를 안 가졌다면 거짓말일 거다. 이렇게 계속 해도 되나 고민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노을이의 필요성과 적합성을 생각했다. 신 PD님도 오디션 마치고 노을이에 대해 언급을 해 주신 부분이었다. '역할이 결코 크지 않다. 대중들에게 얼마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다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뭔가 느끼게 하거나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촉매제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앞으로 배우라는 길을 감에 있어서 이 작품과 캐릭터가 발판이 될 수는 있을거다'라고 얘기해 줬다.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임했는데, 그렇게 하길 잘했다 싶다.
-'응답하라'가 스타 등용문으로 명성이 높은 만큼, 그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을 것 같다.
조급함이나 조바심이 났던 적도 있다. 주변이나 사촌 누나 친구들은 저의 사인보다 류준열의 사인을 원하고.(웃음) '내가 더 튀어 보이게 해야하나, 내가 노력을 안하나' 그런 생각도 했는데. 그냥 노을이라는 아이가 그런 아이니까. 조용하고, 집에서는 어떻게는 누나들 사이에서 튀지 않고 살아 남으려고 애쓰는 아이. 오히려 튀려고 애썼으면 노을이가 '슬픈 인연'이라는 노래를 진심을 다해 불렀던 신의 감동이 반감됐을 것 같다.
-배경이 1994년으로 옮겨간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런 얘기가 있더라. 근데 살짝 걱정이다. 그때가 되면 노을이 나이가 군대갈 때쯤이 아닌가. 갑자기 군대 갔다고 하고 사라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웃음)
-우현 씨가 노을의 중년 역할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노을이의 미래는 어떨까.
추측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현 선배님이 헤드폰에 스냅백을 착용하고 있어서, 노을이가 가수가 되나 싶기도 하다. 혼자 여러 상상을 하고 있다. 야구복을 입고 있어서 야구 선수인가 싶기도 하고. 혹시 여친으로 등장했던 수경이와 결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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