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신고선수에서 메이저리거가 되기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의 야구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렇다. 기구한 운명이었다. 신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방망이를 잘쳤지만 수비와 주루 등에 약점이 있다는 평가 속에 프로팀 지명을 받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고, 이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김현수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야구 인생을 바꾼 지도자들은 누가 있었을까. 김현수는 가장 먼저 김경문 감독의 이름을 꺼냈다. 김현수는 "1군에서 뛸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김경문 감독님의 내 평생 은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당시 김현수의 재능을 발견하고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2006년 입단해 2007 시즌 99경기를 소화한 김현수는 2008 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며 타율 3할5푼7리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기회를 줬지만, 그 준비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김광림 코치. 공교롭게도 김 감독과 김 코치 모두 현재 NC 다이노스에 소속돼있다. 김현수는 "2006년 입단했을 때 김광림 코치님이 나를 붙잡고 1년 동안 많이 고생하셨다"고 말하며 "김 코치님께 타격에 관해 정말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김현수가 꼽은 또 1명의 은인은 현재 KIA 타이거즈 수비코치를 맡고있는 김민호 코치다. 김현수는 "김광림 코치님이 타격을 만들어주셨다면, 김민호 코치님은 내가 1군에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게 수비를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당시 두산 1군 수비코치 역할을 하던 김민호 코치는 타격 재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김현수의 외야 수비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줬다. 김현수는 좌익수로 빠르지는 않지만, 까다로운 타구들도 척척 처리해내는 좋은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수는 "나는 좋은 지도자들을 만나 쉽게 기회를 얻은 케이스"라고 말하며 "2군, 신고선수 신분인 선수들이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나도 똑같은 프로야구 선수라고 생각을 하고 언제든 1군에 갈 수 있게 생각해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