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선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지 오래고, 억대 연봉 선수가 넘쳐난다. 2015년 기준으로 140여명이 억대 연봉을 받았다. 이제는 흔해진 1억 연봉이지만, 여전히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성공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고, 수없이 많은 선수들이 갈망하는 금액이다.
KIA 타이거즈의 우완 투수 임준혁(31)이 1억3000만원에 내년 시즌 연봉 재계약을 했다. 올해 5000만원에서 8000만원, 160%가 뛰어올랐다. 연봉 1억원을 넘는데 13년이 걸렸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3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2순위로 KIA에 입단한 임준혁은 올해 처음 100이닝 넘게 던졌다. 지난 10여년간 우여곡절이 참 많았던 임준혁이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기간에 임준혁은 임준섭 임기준과 함께 선발 후보 중 1명이었다. 그런데 시즌 개막을 앞두고 허리통증에 덜미를 잡혀 1군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 5월 초 1군에 뒤늦게 합류한 임준혁은 중간계투로 존재감을 알린 뒤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임준혁은 "롱릴리프로 던질 줄 알았는데, 김기태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사실 (오늘 발표가 났지만)구단과 재계약을 한 지 꽤 된다. 연봉 협상을 시작해 3분 만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올시즌 27경기에 나서 9승6패2홀드, 평균자책점 4.10. 선발 등판한 21경기 중 6경기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마쳤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임준혁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2013년 2차 드래프트 때 40인 명단에서 빠졌는데도 오라는 팀이 없었다. 그동안 부상 등 불운이 있었지만 다 내가 몸 관리를 잘 못 해서 벌어진 일이다. 변명하고 싶지 않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젊은 선수에게 밀리면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 임준혁의 재발견. 올해 KIA의 가장 큰 소득이다.
에이스 양현종과 윤석민, 외국인 투수 2명, 그리고 임준혁. 내년 시즌 KIA 선발진은 이들 다섯명을 기본으로 시작한다. 임준혁은 어디까지나 자신은 선발 경쟁을 해야하는 '5선발'이라고 못을 박았다.
임준혁은 "올해 9승을 했다고 선발 자리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한해 잘 했다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경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올해 두 자릿수 승을 놓쳤지만 내년 시즌 목표는 10승이 아닌 타이거즈의 가을야구다. 그는 "양현종 윤석민에 외국인 투수들이 좋아 나만 잘하면 5강 안에 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한편, KIA는 양현종을 제외한 재계약 대상자 49명과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고 28일 발표했다. 49명 중 32명이 올랐고, 7명이 동결됐으며, 10명이 삭감됐다. 셋업맨 심동섭이 9100만원에서 53.9% 오른 1억4000만원, 한승혁이 5000만원에서 40%가 인상된 7000만원에 계약했다. 베테랑 내야수 김민우(36)는 93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최용규(30)는 3400만원에서 5000만원, 김호령(23)은 27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올랐다. 또 김병현(36)과 서재응(38)은 5000만원씩 삭감된 1억5000만원, 7000만원에 각각 계약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