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만남의 시즌이다.
올 시즌 K리그 겨울이적시장의 중심은 골키퍼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수문장인 정성룡(30·수원→일본 가와사키 프로탈레)과 김승규(25·울산→빗셀 고베)의 이탈로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 문은 열렸다. 골키퍼 이적시장의 첫 테이프를 끊은 팀은 수원도, 울산도 아닌 FC서울이었다. 인천의 유 현(31)을 영입했다.
유 현은 뒤늦게 핀 꽃이다. 금호고와 중앙대를 거친 그는 프로가 아닌 내셔널리그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울산미포조선에 입단,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우승으로 이끈 후 K리그(강원FC)에 명함을 내밀었다. 2012년 인천으로 이적하면서 만개했다. 2012년 35경기에 출전한 그는 안산 경찰청(챌린지)에 입대, 지난해 제대했다. 2015년은 유 현의 해였다. 부상 암초에도 26경기에 출전, 25실점을 기록하며 0점대 방어율을 자랑했다. 시민구단인 인천의 FA컵 준우승, K리그 8위를 이끈 주연이었다. K리그 통산 194경기에 출전한 그는 골키퍼로는 작은 편(1m84, 82kg)이지만 이를 만회하는 순발력과 뛰어난 위치 선정이 강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윈-윈의 해법'이었다. 서울의 골문은 김용대(36)-유상훈(26), 쌍두마차 체제였다. 한때 '김용대 천하'였지만 지난해 유상훈이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김용대는 새 팀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유상훈은 내년 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한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오래전부터 유 현의 영입을 염두에 뒀다. 유 현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유 현도 더 큰 물이 필요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미 몇몇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김도훈 인천 감독이 "남아달라"는 부탁에 이적을 접었다. 한 시즌으로 '의리'를 지켰고, 김 감독도 "미안하고, 고맙다"며 이적을 'OK'했다.
그럼 왜 서울일까. 내년 서른 두 살인 유 현은 축구인생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빅클럽'을 선택했다. 첫 번째 꿈이 태극마크다. 그는 대표팀과는 단 한 차례도 인연이 없었다. 청소년, 올림픽, A대표팀 등의 출전 경기는 '제로'다. 하지만 국가대표에 대한 열망은 거둘 수 없었다. 태극마크의 소원을 이루는 데 서울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도 구미를 당겼다. 올해 FA컵에서 17년 만의 정상에 오른 서울은 4년 연속 ACL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최근 출전한 ACL에서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2013년 ACL 준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4강, 올해는 16강에 올랐다.
ACL은 유 현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출전했으면 하는 '꿈의 무대'였다. 서울에서 그 기회를 잡게 됐다. 유 현은 "대한민국 최고의 팀에 입단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많은 팬들을 보유한 서울이 내년 시즌 ACL과 K리그에서 반드시 우승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며 "항상 바라만 보고 부럽게만 생각했던 최고의 팀에 온 만큼 내 마지막 축구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우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유 현의 꿈은 나이를 잊었다. 태극마크와 ACL을 가슴에 품에 그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