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 구단들에게 이적 시장은 기회이자 위협이다. 전력을 생각하면 핵심 선수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생존 앞에서는 초라해진다. 선수 판매를 통해 운영비를 벌어야 한다. 상반되는 두 명제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인천은 선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5년 시즌 내내 임금체불의 악재를 딛고 리그 전체 8위, FA컵 준우승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후폭풍이 불어닥쳤다. 성적에 걸맞는 처우를 해줘야 한다. 문제는 돈이다. 재정이 열악하다. 선수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처우를 상향시켜주는 것도 버겁다. 결국 선수들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주장이자 골키퍼인 유 현은 서울로의 이적을 앞두고 있다. 유 현은 올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0점대 실점률(25실점·평균 0.96실점)을 기록했다. 인천의 최소실점 공동 1위(33실점)의 일등공신이다. 조수철과 김인성도 이적을 준비 중이다. 조수철은 포항으로 간다. 조수철은 유 현 못지 않은 핵심전력이었다. 인천 '늑대축구' 4-1-4-1 포메이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는데 선봉장이었다. 하지만 조수철은 구단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일찌감치 이적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가 시즌 막바지 그라운드에서 사실상 모습을 감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인성은 공격라인 2선에서 맹활약했다. 2월 전북에서 인천으로 이적했다. 연봉이 3분의1 가량 줄었다. 인천에서 부활하며 K리그의 '블루칩'으로 다시 떠올랐다. 인천으로서는 더 이상 김인성을 안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길을 터줬다. 대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동남아 공격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의 유망주 쯔엉 르엉 쑤언을 데려올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천은 베트남 축구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광주는 '선수 지키기'에 나섰다. 이찬동이 핵심이다. 이찬동은 강력한 압박과 공수 조율 능력을 선보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팀들이 이찬동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는 '이적 불가' 방침을 세웠다. 광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 이찬동과의 계약 기간은 아직 3년이나 남아있다. 만약 내년에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이라도 따온다면 이찬동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지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 기간이 1년 안으로 남은 몇몇 선수들 판매에 나섰다. 광주는 2013년까지 이승기 김수범 김은선 등을 팔아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클래식에 올라온 수원FC는 큰 움직임이 없다. 일단 쓸 돈이 많지 않다. 때문에 이적료가 없는 선수들 위주로 물색 중이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시작해야 한다. 주포 자파는 중국행이 사실상 확정됐다. 자파의 공백을 메워줄 선수들을 찾고 있다. 미드필더 시시의 잔류 가능성은 반반이다. 수비수 블라단의 경우에는 잔류가 유력하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