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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한 위기관리력, 오리온의 시련은 언제나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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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 만큼이나 혹독한 시련의 계절, 남자 프로농구 오리온의 요즘 분위기가 그렇다. 꼬일대로 꼬여버린 외국인 선수 관련 문제로 팀 분위기와 전력이 급격히 가라앉았기 때문. 급기야 지난 11일 울산 원정경기에서 59대78로 참패를 당하며 1위 자리마저 모비스에 내주고 말았다.

최근 오리온은 시즌 초반의 압도적이었던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간판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의 부상 공백 때문이다. 지난 11월15일 KCC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이후 개점 휴업하고 있다. 오리온은 일시대체 외국인 선수로 제스퍼 존슨을 데려왔는데, 존슨의 몸상태나 기량이 예전만 못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즌 개막후 21경기에서 18승3패(승률 0.857)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오리온은 헤인즈 부상 이후 8경기에서 2승6패(승률 0.250)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몰락은 오리온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 몇 가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객관적으로 오리온의 초반 압도적인 기세는 근본적인 팀의 위력이라기 보다는 헤인즈라는 '원맨'이 일궈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각 팀마다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전력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선수 한 명의 공백으로 팀 승률이 60%나 하락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리그 1위에 올라선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도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라이온스의 부상을 경험했다. 아예 시즌 아웃판정이 났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로 위기를 극복했고, 아이라 클라크의 영입 이후 전력을 한층 안정화 시켰다. 결국 오리온의 팀 전술이나 시즌 준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로 헤인즈가 돌아온 뒤에 과연 시즌 초반의 강력한 전력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헤인즈는 원래 지난 10일까지가 부상 공시기간이었다. 11일 모비스전에는 코트에 돌아왔어야 했다. 그러나 통증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구단 측에 회복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KBL 주치의로부터 추가로 2주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는 일시 대체선수 존슨과의 계약도 2주 연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BL 규정에 걸려 11일 모비스전때 헤인즈와 존슨이 모두 나서지 못하게 됐다. 결국 이게 1위 싸움의 치명적 핸디캡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2주 뒤에 또 반복될 수도 있다는 점. 헤인즈가 2주 뒤에도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며 출전에 난색을 표명한다면 오리온은 또 속수무책이다. 당장 헤인즈의 예정 복귀일인 25일에 오리온은 SK와 경기가 있다. 그런데 헤인즈가 이날도 아프다고 하면 이번에도 역시 헤인즈와 존슨을 모두 쓸 수 없게된다. 또 조 잭슨 혼자서만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런 문제에 관해 KBL의 규정 탓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부상선수의 추가 진단 시 진단 종료일 다음 경기에 부상선수와 대체선수 모두 뛰지 못하게 만든 규정은 과거 몇몇 구단의 '꼼수'를 막기 위해 만든 페널티 조항이다. 최소한의 안전망이라 사실 이 규정에 불이익을 받는 건 대단히 드문 경우다. 결국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오리온의 미숙한 위기 관리 능력이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헤인즈가 '대체 불가' 외국인 선수라고 판단했다면 처음부터 정확한 진단으로 컴백 시기를 가늠하고, 그 후에 해당 기간에 맞춰 대체 선수를 데려왔어야 했다. 이후에도 다각도의 진단과 치료로 헤인즈의 부상 치료에 매달려 재활기간이 연장되는 사태를 막는 게 필요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2주가 지난 뒤에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까. 여전히 의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