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선택의 기준은 오직 선수로서의 성장이다."
'광양루니' 이종호(23·전남 드래곤즈)가 결국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리그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전북과 전남은 최근 이종호 이적의 대의에 합의했다. 내주중 구체적인 연봉 협상 및 이적 절차를 완료하면 전북 유니폼을 입게 된다. 전남 관계자는 "일본, 중국리그, K리그 유력구단 등으로부터 4건의 공식 오퍼를 받았다. K리그 복수 구단의 제안이 있었고, 파격적인 이적료 제안도 있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뜻을 가장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수 본인의 뜻은 처음부터 J리그, 중국, 중동리그가 아닌 'K리그 1강' 전북 현대였다. "돈이 아닌 선수로서의 성장"을 우선 순위에 뒀다. '설'만 무성하던 이적의 실체와 방향이 또렷해졌다. 이 관계자는 "'전남유스' 출신의 좋은 선수이고, 전남과 계속 함께가고 싶은 선수지만, 이적료는 물론 연봉 등 조건이 붙잡을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며 사실상 이종호의 이적을 공식화했다.
올시즌 종료 직후 이종호의 주가는 급등했다. 전남은 상위 스플릿 진입에 아쉽게 실패했지만 '개인' 이종호에게는 최고의 시즌이었다. 31경기에서 12골3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10골2도움에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찍었다.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도 경신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8강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28년만의 금메달 주역이 된 '프로 5년차' 이종호는 올해 슈틸리케호의 부름을 받았고,지난 8월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A매치 데뷔전-데뷔골도 터뜨렸다.
시즌 종료 직후 네덜란드리그, 일본, 중국 등 몇몇 클럽에서는 구체적인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최고의 활약에 힘입어 몸값이 치솟았다. K리그 클래식 유력구단들 역시 '이종호 잡기'에 나섰다. 지난 4일 4주 군사훈련을 마치고 퇴소한 이종호는 '이적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선수로서의 성장"이라고 잘라 말했었다.
수많은 제안이 밀려드는 가운데 이종호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훈련소 입소 전 이미 마음을 정했다. K리그 '1강' 전북 현대였다. 이재성, 이주용 등 또래 선수들과 대표팀에서 발 맞추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들과 함께 신나게 달리며, 함께 성장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최근 전북과 2년 계약 연장을 확정지은 '대박이 아빠' 이동국 역시 이종호가 신인 시절 '롤모델' 삼은 공격수다. "동국이형의 비디오를 보며, 움직임을 많이 연구한다"고 했었다.
스물세살, 이종호는 '돈'이 아닌 '꿈'을 말했다. "5년간 전남에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이제 점점 나이가 차가고 있고, 돈을 생각했으면 중국, 중동리그를 따라갔겠지만, 나는 아직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내 축구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으니, 더 좋은 팀에 가서, 내 자신을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프로 5년차, 1992년생 이종호는 K리그가 자랑하는 젊고 매력적인 공격자원이다. 2011년 데뷔 시즌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독의 절대 믿음과 철저한 자기관리 속에 2년차 이후 매시즌 3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5년간 148경기를 뛰었다. 통산 36골14도움을 기록했다. '동갑내기 에이스' 이재성(전북, 59경기 10골6도움) 윤일록(FC서울, 144경기 20골13도움) 황의조(성남FC, 83경기 20골4도움) 손준호(포항, 59경기 10골6도움) 등에 비해 필드 경험과 통산 포인트에선 단연 앞선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병역특례로 군대 문제도 해결됐다. 문전에서 탱크처럼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 강철같은 체력, 센터, 사이드를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 능력, 동료들을 위한 헌신적인 수비, 오른발, 왼발, 머리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공격본능 등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와 인성,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귀를 가진 보기 드문 선수다. 이종호는 전북전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올시즌에도 지난 6월 28일 전북 원정(2대2무)에서 추가골, 8월19일 전북 원정(1대2패)에서도 선제골을 꽂아넣었다. 눈 밝은 '백전노장' 최강희 전북 감독이 '물오른' 이종호를 놓치지 않았다.
이종호는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 '전남 유스'의 계보를 잇는 K리거이자, 전남 팬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선수다. 올해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전남과 2016년까지 1년 연장 계약을 결정했다.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자신을 키워준 전남에 두둑한 이적료를 선물로 안기고 떠나게 됐다. 프로 5년차 선수로서 '원클럽맨'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대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로서의 성장과 큰물로의 도전을 결심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잇단 러브콜에, "아끼고 필요한 선수인 만큼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선수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길이라면 지도자가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말해왔다. 그를 사랑해마지않는 감독, 전남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광양루니' 이종호가 전주성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이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