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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이론 시험 1등, '제2의 인생' 준비중인 K리그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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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교육생이 경기규칙 이론 시험에서 1등을 했어요."

아시아축구연맹(AFC) C급(3급) 지도자 교육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챌린저스리그(K3리그)의 김병환 중랑코러스 감독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10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는 휴식기에 돌입한 K리그 스타들이 가득했다. 이동국(전북) 염기훈(수원) 정조국(서울) 등 현역 선수들과 이천수 등 갓 은퇴한 선수 등 총 48명의 프로 선수들이 7일부터 모여 C급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다. 축구협회는 시즌 중 지도자 교육에 시간을 낼 수 없는 프로 선수들만을 위해 추가 교육을 개설했다. C급은 초등학생과 만 12세 이하 유소년을 지도할 수 있다. 중고교생과 만 18세 이하 청소년을 지도할 수 있는 B급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려면 C급 자격증을 획득한 뒤 2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상위 20% 안에 이름을 올리면 1년 만에 B급 지도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비가 흩날린 이날은 두 그룹으로 나눠 실기 테스트가 진행됐다. 강사의 칭찬이 선수들의 교육 사기를 향상시켰다. 조영증 AFC 지도자교육 강사는 "프로 선수들인 만큼 다른 지도자 교육생들보다 상당히 교육 능력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솔선수범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실기 테스트에 활용될 준비물을 그라운드에 설치하는 등 소속 팀 코칭스태프가 하는 과정을 스스로 준비했다. 눈빛은 진지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3시간여 동안 이어진 실기 교육이 끝나자 선수들은 그제서야 농담도 던지고 웃음을 되찾았다.

현역 선수들이라 실기 교육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점은 이론 교육이었다. 조리있는 어법으로 전체 선수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어색했다. 이동국은 "선수 때는 운동장에서 지도자들이 시키는 것만 하면 됐다. 그러나 지도자는 다르다. 전체 선수들을 하나로 이끌고 발전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몸으로 움직일 때가 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번 교육은 말로 내 생각을 표현하다보니 어색하다. 그래도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나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상대방의 위치에 서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지도자 교육을 통해 선수들은 지도자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동국은 "오랜 지도자 생활을 하신 최강희 감독님께서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오셨다는 것을 느낀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현역 때 어떤 지도자가 될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막상 교육에 참여하다보니 그 주제가 힘들다. 그러나 선수들의 눈높이를 맞춰 그들의 장점을 끌어내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교육은 그런 지도자로 성장하는 발판"이라고 전했다.

파주NFC는 분주하다. 3급 지도자 교육생 외에도 B급(2급)과 P급(최상위 지도자) 지도자 교육으로 활기가 넘친다. B급 교육에도 박주영(서울) 곽희주(수원) 등 K리그 스타들이 눈에 띄였다. 현역 K리거들은 적극적으로 실기 교육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12일 교육 이수를 앞둔 황선홍 전 포항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 등 P급 지도자들도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실기 교육에 참여했다.

파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