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을 이뤄낸)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입니다."
프로야구는 최근 수 년간 지속적으로 관중 동원 기록을 경신하며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사실상 '양적 팽창'에 관해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프로야구 내부 환경을 살펴보면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의 명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구단의 운영시스템이나 성장 전략, 마케팅 기법, 야구장 임대 제도 등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의 선진 시스템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야구의 내적 성장을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용감한 시도를 했다. 2015 프로야구 윈터미팅에 사상 처음으로 각계 전문가와 프로야구 팬을 초청해 KBO리그 발전 포럼을 열었다. 현재 KBO리그의 외형적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근본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시도였다.
KBO리그 발전포럼은 9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렸다. 원래 KBO리그 윈터미팅은 각 구단의 운영·홍보팀 관계자들이 모여 지난 리그에 대한 평가와 다음해 리그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 지금까지는 비공개 형태로 진행됐다. 그러나 KBO는 올해 윈터미팅에 각계 전문가와 팬을 초청해 공개 강연과 포럼을 진행했다. 지난 4일부터 KBO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의 참가신청도 받았다.
대성황이었다. 구단 관계자와 각계 전문가 및 미디어, 그리고 프로야구 팬들이 약 500여명이나 모여 포럼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오전 전체 강연에서는 1부로 MLBI 수석 부사장 크리스 박이 'MLB의 성장 전략과 리그 비저'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한국야구발전연구원 장윤호 이사가 '스포츠마케팅의 제왕, NFL'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점심 휴식시간이 끝난 뒤에는 크리스탈볼룸 A,B홀로 나뉘어 세부 포럼이 진행됐다. 크리스탈 볼룸 A홀에서는 '스포츠산업 진흥법 활용하기…스포츠산업 진흥법과 구장 임대제도 개선'에 관해 이윤남 변호사가 발표한 뒤 서울시 관계자 및 프로야구단 구장 운영 관계자가 나서 토론을 벌였다. 이어 오후 3시15분부터 'KBO리그 광고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서강대 이영훈 교수와 제일기획 이경묵 팀장의 발표가 이어졌고, 패널 토의 및 청중의 질의 응답이 진행됐다.
같은 시간 크리스탈 볼룸 B홀에서는 MBC 허구연 해설위원이 '2015 KBO리그 이슈점검'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고, 이어 2부로 단국대 전용배 교수가 '퓨처스리그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가?…퓨처스리그 독립과 경쟁적 균형 통합'에 관해 발표한 뒤 패널 및 청중 토론이 열띄게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동신대 임승길 교수와 KBO 육성위원인 한경진 박사의 '유소년 야구선수의 부상이야기…연령·부위별 부상원인의 통계학적 분석'에 관해 발표했다.
이날 리그발전 포럼을 기획한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지금 KBO리그가 최고의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부실한 면이 많다. 그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진정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 팬들까지 초청해 이번 KBO 윈터미팅 리그 발전 포럼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처럼 KBO리그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야말로 미래를 대비한 시도를 해야한다. 그래야 향후 위기가 오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야구팬들을 초대한 점도 KBO리그의 내실있는 발전을 위해서다. 특히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는 대학생 팬들에게는 이러한 포럼이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교육학 전공 대학생 4학년 야구팬 이 모양은 "평소 야구팬으로서 이런 행사가 처음으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침부터 다양한 강연과 포럼을 봤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이런 자리가 많이 이뤄져야 할 듯 하다"면서 "추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행사에 또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공개 포럼 이외에 구단 관계자들을 대상으로한 '규칙 관련 이슈 논의'등 종전의 윈터미팅 프로그램은 10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양재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