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5 골든글러브 시상식. FA 최고 몸값을 경신한 박석민이 계약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현장에 나타났고, 많은 야구인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기 바빴다.
김용국, 김평호 삼성 코치는 "가서도 잘 하라"는 격려를 보냈다. 타 구단 관계자들도 등을 두드려줬다. 이 때문에 그는 90도 '폴더 인사'를 하느라 땀 좀 흘렸다. 이날 시상식에 참가한 10개 구단 선수 가운데 가장 바빴다.
또한 옛 동료와는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다. 우선 후배 구자욱을 보자마자 짓궂은 장난을 쳤다. 악수하는 척 하더니 오른 주먹으로 어깨를 툭 때렸다. 이어 롤모델로 꼽은 이승엽과는 옆자리에 붙어 앉아 시상식 내내 대화를 나눴다. 이승엽은 평소 "박석민은 내게 업는 재능을 가졌다. 타격 천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박석민은 그를 친형처럼 따랐다. 둘은 한국시리즈 이후 처음 만나는 만큼,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이처럼 시상식 전 박석민은 변함없는 '쿨 가이'였다. 그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단상에 올라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순간 '울보'가 됐다. 팬들도 처음 접한 모습이었다.
올해까지 삼성에서 뛰며 정규시즌 5연패에 앞장 선 그는 프로 통산 1027경기에서 타율 2할9푼7리에 163홈런 638타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1리 144안타 26홈런 116타점 90득점으로 황재균(롯데) 마르테(kt) 허경민(두산)을 제치고 2년 연속 최고의 3루수로 우뚝 섰다. 시상식 전 "솔직히 욕심 난다. 꼭 받고 싶다"던 그는 소원 성취를 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단상에 올라갔다.
그런데 "저를 사랑해 주신 삼성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라고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부터 목소리가 떨렸다. 시선 처리도 불안했다. KBO리그 대표적인 '개그맨'이 울고 있던 것이다. 그는 이승엽, 구자욱에게 꽃다발을 받을 때부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했다. 삼성 팬들에게 대한 미안한, 동료에 대한 미안함, 코칭 스태프에 대한 미안함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했다. 결국 눈가에 눈물이 잔뜩 고였다. 서둘러 "NC에서도 열심히 하겠다"면서 소감을 마쳤다. 이에 팬들도 박수를 보내며 박석민을 응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