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보상선수를 둘러싼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넥센 히어로즈의 삼각 관계가 아주 흥미롭다. 사상 최초의 '리턴픽' 해프닝을 겪은 임 훈(LG)과 비슷한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다.
이제는 LG 트윈스 선수가 된 임 훈은 2011년 겨울, 부산과 인천을 바쁘게 오갔다. FA 임경완(롯데→SK)의 반대 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가 20일 만에 다시 SK행을 통보 받은 것이다. 당시 롯데는 해외 진출이 무산된 FA 정대현을 전격 영입했다. 이후 SK에 넘겨준 20인 보호선수 명단에는 임 훈의 이름이 없었다. 2000년 첫 FA 선수가 나온 이래 처음 발생한 리턴픽. 보상선수가 다시 보상선수가 되는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규정대로라면 타 팀으로부터 영입한 보상선수는 군보류선수, 당해 연도 FA,외국인 선수와 달리 자동 보호가 되지 않는다. 다음 시즌 함께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임 훈은 아니었다. 그가 "이런 아픔을 다신 겪지 않겠다"는 다짐을 위해 제작된 롯데 유니폼을 달라고 한 건 유명한 일화다.
올해도 이같은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A팀이 B팀에 보상선수를 '줬다 뺏는' 모양새가 아닌, 세 팀이 얽히고설켜 있다는 점이다. 최근 스토브리그에서 외부 FA를 영입한 한화, 롯데, 넥센이 그렇다.
김성근 감독 부임 2년째를 앞둔 한화는 불펜 강화를 위해 정우람과 심수창을 영입했다. 규정에 따라 보상 선수 2명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 정규시즌 성적 역순에 따라 롯데에 먼저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보냈다. 날짜로는 6일. 이제 롯데의 선택만이 남았다. 롯데는 9일까지 20인에 묶이지 않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을 지목하면 된다.
물론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 받을 수도 있다. 연봉 200% 보상금과 보상선수 1명, 또는 연봉 300% 보상금 중 하나를 택하면 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심수창의 연봉이 5500만원에 불과하다. 300%라고 해봐야 그리 크지 않은 액수다. 신동빈 구단주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롯데가 보상선수를 포기하면서까지 돈에 집착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한화에 '선수가 없다'는 건 옛말이다. 최근 몇 년간 A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탓에 활용도 높은 일부 선수들조차 20인 명단에서 제외됐을 공산이 크다. 당장 내년부터 보상선수 성공 시나리오를 쓸 후보들이 많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두 팀과 넥센이 얽혀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 임 훈 같은 선수가 나올 가능성은 왜 존재할까. 이는 곧 롯데도 넥센에 보호선수 명단을 건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4년 60억원의 조건에 마무리 손승락을 영입한 대가다. 롯데는 10일까지 20인 명단을 넘겨줘야 하고 넥센은 13일까지 보상선수를 지명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롯데가 한화로부터 영입한 보상선수를 20인 명단에 넣지 않을 수 있다. 4년 전 임 훈처럼 말이다. 롯데는 8일에도 베테랑 투수 김승회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채 FA 윤길현의 반대급부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 야수들과 유망주들을 묶다 보니 불가피하게 김승회를 품지 못했다"는 게 구단의 설명. 선수 본인은 아쉬움이 크겠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심수창의 반대 급부로 온 보상선수가 넥센에 줄 20인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최근 2년 간 마당쇠 노릇을 한 김승회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리스트인데, 롯데가 키우려는 유망주 한 명을 제치고 살아 남을 한화 선수가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올해까지 한화에서 뛰던 선수가 롯데를 갔다가 다시 넥센 유니폼을 입게되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확률이 희박할 지라도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물론 넥센이 손승락의 연봉 300%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원하지 않았을 때 성사될 수 있다. 한화에서 정말 좋은 선수가 풀렸다면, 롯데가 20인 명단에 품고 갈 수도 있다. 어쨌든 심수창이 한화에, 손승락이 롯데에 새 둥지를 틀면서 묘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외부 FA 영입이 사실상 마무리됐어도 여전히 흥미로운 스토브리그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