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는 포지션 최고 선수를 뽑는 상이다. 선수들에게는 매우 의미깊다. 올 시즌 자신의 실력이 해당 포지션에서 최고라는 '공식적 품질보증서'를 획득하는 것이다.
결과가 나왔다. 시상식 직전까지 포지션별 최대 격전지에 대한 주인공의 궁금증이 있었다.
MVP 투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에릭 테임즈와 박병호의 1루수. 강민호와 양의지가 경합을 벌인 포수 부문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싱거운 결과였다. 최대 격전지는 따로 있었다.
▶최대 격전지, 몰표의 이유
일단 테임즈와 박병호가 경합을 벌인 1루수 부문. 어느 정도 예견은 됐다. 이미 MVP 시상식에서 박병호는 "MVP가 골든글러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테임즈를 지지했다. 관심사는 과연 박병호가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할 것인가였다.
결과는 227대 116. 테임즈가 유효 투표수 383표 중 63.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루수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였다.
포수 부문은 예상을 깨고 양의지의 독주였다. 무려 270표를 획득 75.4%이 득표율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76표를 얻는데 그쳤다. 사실 두 선수의 기록만 놓고 보면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강민호는 3할1푼1리, 35홈런, 86타점을 기록했다. 123경기에 출전했다. 화려함에 내실을 더했다. 양의지는 3할2푼6리, 20홈런 93타점을 올렸다. 132경기에 출전했다.
양의지가 몰표를 받은 이유는 마지막 임팩트에 있었다. 그는 두산 우승을 이끌었다. 엄지발가락 부상에서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두산은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팀에도 합류했다. 8강전부터 양의지가 주전포수 마스크를 썼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기적의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컸다. 이런 임팩트가 양의지에게 몰표를 던져주는 원동력이 됐다.
▶예상밖의 격전지, 투수와 유격수
의외로 투수 부문에서 경합이 진행됐다. 올 시즌 투수부문은 군웅할거 시대였다.
에릭 해커가 다승(19승) 1위를 차지했고, 양현종이 평균자책점(2.44)에서 수위에 올랐다. 임창용(마무리 1위) 안지만(홀드 1위) 차우찬(탈삼진 1위)과 골든글러브 기준을 충족시킨 윤석민이 경합했다.
하지만 확실한 임팩트가 있는 투수는 없었다. 그 중 해커가 가장 뛰어났다. 20승에 근접한 19승을 올렸고, 평균 자책점도 3.13으로 준수했다. 게다가 204이닝을 소화했고, 164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때문에 해커가 무난히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선전했다. 15승6패, 평균 자책점 2.44를 기록,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예상을 뒤엎고 KIA가 5강 경쟁을 끝까지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결국 해커가 196표(54.7% 득표율)를 얻었지만, 양현종 역시 135표를 얻으며 만만치 않은 추격전을 펼쳤다.
유격수 부문도 치열했다. 김재호가 188표를 획득, 52.5%의 득표율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올 시즌 두산의 최강 9번 타자로서 뛰어난 수비력과 3할 타율을 기록한 김재호다. 게다가 포스트 시즌과 프리미어 12에서 맹활약했다.
때문에 김재호의 생애 첫 골든글러브 획득은 순탄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넥센 신인 김하성의 임팩트가 만만치 않았다. 강정호의 공백을 단숨에 메우며 넥센의 주전 유격수를 꿰찬 김하성은 2할9푼, 19홈런, 22도루, 73타점으로 공수주에서 강력한 경쟁자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해커와 김재호가 뛰어난 개인성적 및 팀 성적으로 골든글러브를 획득하긴 했지만, 쉽지 않은 경합이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