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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1, 2위 함지훈 양동근, 모비스 리빌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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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이 형이 하지 않을까요."

모비스 함지훈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치 자기 자리가 아니라는 듯이 얘기했다.

어느덧 모비스는 공동 선두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오리온이 애런 헤인즈의 부상으로 4연패. 슬금슬금 모비스는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프로 최초 챔프전 3연패를 달성했던 모비스다.

우승의 주역이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은 모두 이적했다. 이대성은 상무로 갔다. 전력약화가 불가피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시즌 전 "더 많은 패스로 찬스를 만들고, 리빌딩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시즌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비스의 성적은 내려가지 않는다. '두 개의 심장' 양동근과 함지훈 때문이다.

그들은 나란히 어시스트 1, 2위에 올라있다.

함지훈은 경기당 평균 6,12개를 기록하고 있다. 양동근은 5.61개로 2위다. 단순한 의미는 아니다. 모비스의 유기적인 조직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핵심 선수들의 도움 패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들이 코트에서 고른 활약을 하고 있다는 뜻. 게다가 타 팀보다 팀원들이 많이 뛰면서 득점 찬스를 부지런히 만들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함지훈은 '포인트 포워드'라 부를 만하다. 강력한 포스트 업 뿐만 아니라 패싱센스와 능력은 발군이다.

선수 평가에 냉정한 유 감독도 "우린 지역방어에 특정한 전술이 필요없다"고 말할 정도다. 함지훈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다.

지역방어를 깰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루트는 패스가 하이 포스트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다. 패스가 투입되는 순간, 지역방어 포메이션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면서 빈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이 포스트에서 볼을 잡는 함지훈이 그만큼 효율적인 패스를 뿌려준다. 때문에 모비스는 지역방어에 별다른 전술이 필요없다고 말한다. 자유투 부근에 있는 함지훈에게 공만 넣어주면, 그 이후는 함지훈이 알아서 한다.

양동근은 부단히 노력한다. 그는 프로 데뷔 초창기 슛과 수비력이 좋은 가드였다. 포인트가드라기 보다는 슈팅 가드에 가까운 선수였다.

패싱능력은 타고나지 않았다. 패스는 투박했고, 감각은 떨어졌다. 지금도 양동근은 항상 "난 농구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 부분 때문이다.

그가 데뷔한 뒤 2~3년 간은 평가절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매 시즌 조금씩 조금씩 발전했다. 이제 그는 득점력과 수비력, 그리고 패싱능력을 동시에 겸비한 프로농구 최고의 야전사령관이다. 사실 패싱센스는 타고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 센스가 뛰어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는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감각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양동근은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단순한 훈련이 아닌, 매 경기 치를 때마다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노트에 꼼꼼이 적으며 반성한다. 그리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그 결과 타고나지 않았던 그의 패싱력은 매우 탄탄해졌다.

함지훈은 어시스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양)동근이 형이 조만간 1위를 탈환할 것 같다"고 했다. 상대가 지역방어를 쓰지 않는 한 모비스 공격의 출발은 양동근이다. 그리고 함지훈은 또 다른 숙제, 미드 레인지 점프슛과 외곽슛을 쏴야하는 과제가 있다. 때로는 패스를 우선시 하는 마인드 때문에 유 감독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함지훈의 경우 슛을 쏴야 하는 타이밍에서도 패스를 먼저 보는 경우가 많다.

함지훈의 말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나왔다.

사실 누가 1위를 하든 상관이 없다. 두 선수는 모비스 영광의 시대를 함께 했다. MVP와 베스트 5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모비스의 리빌딩은 조금 미뤄야 할 것 같다. 두 선수가 어시스트 1, 2위를 하는 동안에는 모비스의 성적이 떨어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