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에 이어 황재균도 포스팅 응찰 구단이 없었다. 박병호의 거액 포스팅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국내타자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살짝 식는 분위기다. 박병호는 계약을 완료했고, 이제 이대호와 김현수만 남았다. 둘은 손아섭, 황재균과는 다르다. 포스팅이 필요없는 완전 FA다.
FA는 포스팅 금액부담이 없다. 또 독점교섭인 포스팅과는 달리 자유교섭이 보장된다. 틈새시장 공략도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열리는 이번 주가 빅리그 진출 분수령이다.
손아섭의 포스팅 응찰구단이 전무하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황재균의 대참사도 어느정도 예견됐다. 손아섭은 교타자 외야수, 황재균은 장타를 겸비한 3루수인 포지션 차이를 감안해도 그랬다.
손아섭과 황재균은 냉정하게 말해 KBO리그 상위클래스지만 최정상급은 아니었다. 1등의 한계는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2등은 다르다. 적어도 1등 아래다. 국내리그를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무모함이다. 운좋게 간다고 해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힘들다.
포스팅에 대한 연구도 부족했다. 포스팅은 선수의 권리가 아니다. 선수는 철저한 을이다. 모든 과정은 구단 위주다. 선수가 이 불합리한 조건을 극복할만한 상품성을 갖췄을 때에만 인간적인 대우가 가능하다. 지난 여름까지도 황재균과 손아섭만을 보러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없었다. 스카우트가 현장에서 감동을 받아야 영입을 위한 리포트를 작성, 메이저리그 구단 수뇌부를 움직일 수 있다. 구단 지갑이 열리는 것은 이 다음이다. 의욕만 가지고는 포스팅시스템의 ABC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손아섭과 황재균의 실패는 한국야구의 민낯을 드러냈지만 이대호와 김현수의 도전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FA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포스팅으로 이중 지출, 입찰 경쟁 등으로 성가실 필요가 없다. 직접 협상을 통해 영입을 결정하면 끝이다. 반대로 이대호와 김현수 역시 원하는 구단을 골라 갈 수 있다. 물론 영입 의지가 있는 팀이 많다는 가정 하에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대호와 김현수는 리그 최정상급의 기량을 선보였다. 메이저리그에 어필할만한 성적을 올렸다. 이대호는 일본에서의 활약(올해 일본시리즈MVP), 김현수는 프리미어12에서 존재감(MVP)을 과시했다.
8일부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열린다. 내년도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지만 메이저리그 구단관계자, 에이전트 등이 총집결한다. 매년 선수보강과 트레이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대호는 7일 출국해 윈터미팅에서 얼굴을 알릴 참이다. 김현수는 에이전트가 윈터미팅에 참가한다. 김현수측은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오퍼의 강도, 영입의지에 따라 몸값이 정해지지만 근본적으로 몸값 맨 앞자리 숫자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구단간 경쟁이다. 윈터미팅은 적절한 시기에 열리는 쇼케이스인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