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야(靑野) 김도훈 선생이다.'
김도훈 인천 감독(45)이 스포츠조선과 특별 인터뷰를 하던 중 깜짝 고백을 했다. 숨겨진 취미가 서예란다. '서예의 대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솜씨가 좋았다. 증거도 있다.
지난해 한 서예휘호대회에 시험삼아 작품을 응모했다가 특선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5년전부터 서예를 배웠다.
그냥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지인의 권유에 따라 무심코 시작했다. 이듬해 서예 대회에 출전했다가 덜컥 입선을 하자 흥미가 깊어졌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경기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힐링을 위해 정성스럽게 먹을 갈았다.
선수 시절 별명이 '폭격기', 누가 봐도 상남자인 김 감독이 다소곳이 휘호를 한다니 다소 의외다. 거친 운동을 하는 축구 선수 출신이라 더욱 그렇다.
김 감독은 "나도 이런 재능이 있는지 몰랐다. 알고 보면 나도 부드러운 남자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다소 차분하다"고 말했다.
서예를 배우면서 함께 시작한 단전호흡에도 일가견이 있다. 국선도를 통해 단전 수련을 꾸준히 하고 있단다. 감독이 돼서도 항상 경기장에 나가기 전에 단전 심호흡을 한다.
"손가락으로 푸시업을 할 정도로 '도인' 수준은 아니지만 단전호흡을 통해 심신을 컨트롤할 수 있다"며 웃었다.
김 감독의 또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은 노래방과 수다다. 초등학생인 두 딸과 동네 노래방에 가서 열창을 빙자해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면 속이 후련하다.
아니면 집에서 아내와 술 한 잔하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거나 숙소에 남아서 코치들과 이러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근심이 풀린다.
김 감독은 "코치들과 수다를 떨면 항상 축구 얘기로 귀결된다. 여기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작년 서예대회 특선작에 소개된 김 감독의 호는 '청야(靑野)', 푸른 초원이다. 푸른 초원과 '늑대(축구)'는 왠지 통한다. 그가 쓴 글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이다.
'飯疏食飮水(반소사음수), 曲肱而枕之(곡굉이침지), 樂亦在其中矣(락역재기중의).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 於我如浮雲(어아여부운).'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신 뒤 팔을 베고 누웠으니 그 가운데에도 즐거움이 있도다.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부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는 뜻이다.
김 감독이 올 시즌 선수단 임금체불 위기를 겪었을 때 "가난한 환경이라고 기죽지 말고 선수로서 출전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찾자. 우리가 먼저 경기장에서 할 만큼 해놓아야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다독였다. 선수들에게 왜 그런 위로를 건네고 '형님 리더십'으로 위기를 돌파했는지 알 것 같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