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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축구' 만치니와 판할의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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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인터밀란과 맨유, 세리에A와 EPL의 두 명문팀이 '지루한 축구'의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판 할과 만치니, 두 명장의 지휘하에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중인 두 팀은 현재 리그 2위와 3위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날로 높아져만 간다.

인터밀란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2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은 현실주의자여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인테르는 리빌딩 중인 팀이다. 상대팀이 나보다 좋은 무기를 가진 이상, 강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며 수비 중심 전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인터밀란은 최근 4시즌 동안 6위-9위-5위-8위의 침체기를 겪었다. 더비 라이벌 AC밀란보다도 더 오랜 부진이다. 하지만 그 밀란이 올시즌에도 리그 7위로 헤매는 반면, 인터밀란은 14라운드까지 9승3무2패(승점 30점)로 1위 나폴리에 단 1점 뒤진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기대 이상의 호성적이다.

만치니 감독의 비결은 덜 넣고, 덜 먹는 '짠물 축구'다. 인터밀란의 올시즌 득점은 14경기 17골(리그 9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준 점수는 단 9점(최소실점 1위) 뿐이며, 9승 중 7승이 1-0 신승이다.

이러다보니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들도, 인터밀란의 팬들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축구'라고 넌더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 아리고 사키 전 감독은 '만치니는 내가 감독일 때도 하지 않던 낡은 축구를 한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이 같은 분위기가 불만스럽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 팀은 사키의 황금기 밀란이 아니다. 우리 팀에 마르코 판 바스턴, 프랭크 레이카르트, 카를로 안첼로티, 로베르토 도나도니, 프랑코 바레시, 파올로 말디니, 알레산드로 코르타쿠르타가 있으면 나도 어떤 축구든 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인터밀란과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팀이 루이스 판 할 감독의 맨유다. 맨유는 올시즌 8승4무2패(승점 28점)로 1위 레스터시티-2위 맨시티에 승점 1점 뒤진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맨유 역시 20득점(득점 8위)-10실점(최소 실점 1위)의 수비적인 축구로 리그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중이지만, '재미없는 축구'라는 질타를 피하진 못한다. 이른바 '퍼거슨의 아이들'로 불리는 폴 스콜스, 로이 킨 등의 레전드들은 연일 판 할 감독의 전술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판 할 감독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 주도권을 쥐는 축구"라고 항변해왔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하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웨인 루니가 노쇠하면서 올시즌 맨유의 축구는 더 답답해졌다. 높은 볼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대의 골문을 노리기보다는, 볼을 오래 소유함으로써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느낌이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4승6무다. 올시즌 화끈한 스타일로 1위를 넘보는 레스터시티와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감독인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처럼 '재미있고 우승하는 축구'를 하고 싶지 않겠는가. 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처럼 MSN트리오를 휘하에 거느리고 있다면, 판 할 감독과 만치니 감독도 보다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할 것이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의 말처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적어도 두 감독의 이 같은 방향 설정은 현재까진 잘못되지 않은 것 같다. 팬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지만, 어찌됐든 '지루하지만 승리하는 축구'는 리빌딩 중인 맨유와 인터밀란을 리그 우승도 넘보는 자리에 올려놓았다.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