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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마지막까지 '해피엔딩', 1표차로 갈린 베스트 11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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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35·서울)는 그 동안 상복이 없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중소클럽에서 뛰다보니 상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고 받은 체육훈장 맹호장과 자황컵 체육대상 남자최우수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2013년 K리그에 입성한 이후 시계는 거꾸로 흘렀다. 수상의 운도 트였다. 지난해 K리그 대상 베스트 11 수비수에 선정됐다. 당시 그의 수상 소감은 큰 화제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상당히 힘든 일이다. 드디어 그 인정을 받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하다." 가슴 속에 맺혀있던 것을 토해냈다.

차두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제2의 인생' 설계에 나선다. 현역에서 은퇴, 지도자 수업에 돌입한다.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은 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참석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 역시 '해피엔딩'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뽑혔다. 국내 취재진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유효 109표 중 82표(75.2%)를 받았다. 전북의 2연패를 이끈 최철순(19표)과 이종민(광주·8표)을 따돌렸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얻은 표가 아니었다. 실력으로 공정하게 평가받았다. 차두리는 이번 시즌 2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서울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다시 부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비록 회복은 예전같지 않았지만, 그라운드 위에 있을 때는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특히 9월 19일 슈퍼매치에서 터뜨린 K리그 마지막 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차두리의 마지막 개인상 수상은 K리그 시상식의 또 하나의 스토리였다.

차두리만큼 주목받은 베스트 11 포지션이 있었다. 공격수 부문이었다. 이동국(65표)이 일찌감치 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득점왕' 김신욱(울산) 아드리아노(서울) 황의조(성남) 이종호(전남) 산토스(수원)가 각축을 벌였다. 통상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김신욱이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아드리아노(53표)가 김신욱(52표)을 제쳤다. 승부는 1표차로 갈렸다.

아드리아노는 이번 시즌 두 집을 먹여살렸다. 대전에서 뛰다 올 여름 서울로 둥지를 옮겼다. 골 결정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대전에서 7골, 서울에서 8골을 터뜨리며 시즌 막판까지 김신욱 황의조와 함께 득점왕 경쟁을 펼쳤다.

반면 김신욱은 부진한 팀 성적 탓에 표를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10월 4일 울산이 스플릿 B로 내려간 뒤 4골을 터뜨렸다. 스플릿 A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득점왕에 대한 점수도 깎였다는 평가다.

이밖에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에는 '도움왕' 염기훈(수원)을 비롯해 이재성(전북) 권창훈(수원) 송진형(제주)이 뽑혔다. 수비수 부문에는 차두리 외에도 홍 철(수원) 김기희(전북) 요니치(인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고의 수문장에는 권순태(전북)가 2년 연속 선정됐다. 권순태는 올 시즌 교체없이 전 경기 출전한 신화용(포항·31표)을 제치고 75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