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훈 선수, 모창민 선수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배석현 NC 단장은 1일 전화 통화에서 둘의 이름부터 꺼냈다. 계약기간에 4년에 보장금액 86억원(계약금 56억원, 연봉 7억5000만원), 플러스 옵션 10억원 등 총액 96억원에 박석민을 잡은 NC. 배 단장은 "몇 년 동안 지석훈, 모창민 선수가 3루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 해 줬다. 하지만 더 큰 사랑을 받는 팀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 박석민 영입에 뛰어 들었다"며 "박석민 선수도 같은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선후배 걱정을 하더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팀 성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보기에도 96억원이라는 액수가 상당히 큰 큼액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프로야구 최고 몸값은 윤석민(KIA)의 90억원이었고 박석민과 NC는 이번 계약으로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배 단장은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구단 내부적으로 오랜 토의가 계속됐다"며 "하지만 박석민을 잡기 위해선 과감한 베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석민 같은 선수가 언제 시장에 나올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사실 NC는 내년 운영비가 올해와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선뜻 96억원을 투자할 환경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배 단장의 말마따나 더 많은 관중을 끌기 모으기 위한 오랜 고민 끝에, 전국구 스타를 영입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아 졌다. NC는 올 시즌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도 평균 관중이 7259명으로 지난해 7297명보다 소폭 감소한 상황이다.
또한 오른손 거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지난 10월24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보자. 당시 NC 선발 라인업은 박민우(2루수)-김종호(좌익수)-나성범(우익수)-테임즈(1루수)-이호준(지명 타자)-이종욱(중견수)-손시헌(유격수)-지석훈(3루수)-김태균(포수) 순이다. NC는 기본적으로 좋은 왼손 타자를 대거 보유했지만 중장거리 오른손 타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김경문 감독도 "아마야구 지도자들이 우투좌타 양성에만 힘 쓴다. 리그 전체적으로 좋은 오른손 거포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박석민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다. 매해 20홈런 80타점이 가능하고 몸 상태에 따라 30홈런 100타점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여기에 베테랑 이호준은 내년이면 마흔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그가 은퇴할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예상을 깨고 NC가 박석민에게 96억원을 베팅한 이유. 여기에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