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지현우가 진짜 '송곳'같은 배우로 거듭났다.
29일 JTBC 특별기획 '송곳'이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노조위위원장이 된 지현우(이수인)가 사측에 해고자의 해고자의 전원 복직, 누락된 임금에 대한 조건 없는 지급, 손해배상 청구,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원의 고용보장을 교섭의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며 마지막 파업에 돌입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조건을 모두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지현우를 교육원으로 발령시켰다. 책상 하나 달랑 있는 사무실로 좌천시킨 것. 지현우는 이 곳에서도 본사에 "나는 푸르미 마트 한국 노조위원장 이수인이다. 내 책상에는 컴퓨터가 없다"는 메일을 보내며 앞으로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앞장 설 것을 보여줬다.
마지막까지 사회 부조리에 맞서는 서민의 히어로인 이수인을 연기한 지현우는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났다. 지현우는 울분의 차 이글거리는 눈빛부터 자신을 그리워하는 노조원들의 목소리에 옅게 미소 짓는 얼굴까지 이수인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담아냈다. '연기'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 지현우가 아닌 이수인 그 자체였다.
첫 방송에 앞서 지현우가 노사 문제를 다룬 웹툰을 원작으로 한 '송곳'에 중심인물이자 극을 이끌어가는 내레이터인 이수인 역을 맡았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여러 작품을 통해서 소시민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 노동 상담소 사장 구교신 역을 맡은 안내상의 내공에 밀리지 않고 대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동안 지현우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트로트의 연인' '인현왕후의 남자' 등의 작품 등을 통해 귀여운 연하남이나 로맨티스트 역을 주로 맡아 대중의 인식 속에서도 그는 로맨틱 장르의 작품에 최적화된 인물로 각인됐기 때문.
하지만 첫 방송 이후 모든 평가는 뒤집혔다. 지현우는 FM인간 이수인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그의 연기가 더 호평을 받은 이유는 사교성 제로에 감정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딱딱한 인물이었던 이수인의 변화를 물흐르듯 점진적으로 변화시킨 노련한 연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옳곧은 FM인 이수인 과장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푸르미 마트 직원들처럼 시청자는 지현우에게 마음을 열고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시청자로부터 '송곳'은 '배우 지현우의 인생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인 이수인처럼, 지현우는 '송곳'을 통해 어떤 작품에도 뛰어들도 또 다시 맞춤옷을 입어 낼 수 있는 진짜 '송곳'같은 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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