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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현캐 이끄는 이승원 "감독님의 허그, 책임감 더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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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39)은 지난 17일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세터 이승원(22)을 꼭 안아줬다.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최 감독은 "승원아 힘든거 알아. 내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어"라고 했다.

이승원은 이번 달 중순부터 갑작스럽게 현대캐피탈의 유일한 세터가 됐다. 지난 8일 훈련 도중 주전 세터 노재욱이 왼발목 부상으로 3주간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승원이 홀로 팀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 감독은 아직 대학교 4학년의 나이밖에 안된 이승원의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애를 썼다. 특히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부분을 잡아주는 것이 최 감독이 택한 방법이었다. 이승원은 "감독님께서 '나를 배려해주시는구나'라고 느꼈다. 잘하고 싶은 마음,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며 회상했다.

이승원은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었다. 플레이는 다소 투박하긴 했지만 신인만이 뿜어낼 수 있는 거침없는 패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승원은 "프로 1년차 때는 멋모르고 뛰었다. 그러나 2년차가 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경기적, 기술적인 면을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경기 전에는 생각을 많이 안하려고 한다. 내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었다. 10일 우리카드전과 14일 대한항공전을 연달아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하지만 17일 KB손보전부터 반전을 일으켰다. 그리고 22일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셧아웃시켰다. 이승원의 토스워크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정교해졌다. 이승원은 "재욱이 형이 다치기 전까지 팀 분위기와 성적이 좋았다. 내가 들어와서 해가 되면 안된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OK저축은행전은) 초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1라운드에서 패하고 나서도 선수들이 너무 아쉬워했다. 우리가 못이길 경기가 아니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집중력에서 앞섰다"고 말했다.

이승원은 코트 위에서 보는 이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매 경기 종아리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원은 웃었다. "체력에 문제는 없다. 쥐가 나는 것은 지난 시즌에도 그랬다. 이젠 내성이 생겼다. 몸에 힘을 빼고 근육 경련을 극복한다."

'캡틴' 문성민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은 홀로 현대캐피탈을 짊어지고 있는 이승원을 다독인다. 여기에 외국인 공격수 오레올의 격려는 이승원에게 더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승원은 "오레올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이 좋다. 먼저 다가온다. 야간훈련도 같이 한다. 자기 의사도 전달해주고 받아들이는 것도 항상 긍정적이다.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이 좋은 호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원은 현대캐피탈의 시즌 초반 불어닥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켰다. 최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