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요했던 작은 마을 하나가 이토록 시청자의 애간장을 녹일 줄 누가 알았겠나. 고소한 줄만 알았던 호두가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감을 전할 줄 누가 알았겠나. 아치아라 마을이 몰고 온 파장은 상상 초월이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도현정 극본, 이용석 연출) 11회에서는 아치아라 마을의 연쇄살인마가 아가씨(최재웅)였음을 밝혀 긴장감을 극대화 시켰다.
김혜진(장희진)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가 풀릴 듯 안 풀릴 듯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한소윤(문근영)은 사건의 미궁 속에 허덕이고 있다. 누구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의심스러운 아치아라의 사람들. 이런 상황에서 또
아가씨는 빗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여인에게 주사를 투여하며 "환희와 공포, SB한방울의 차이"라며 섬뜩한 미소를 띠었다. 이튿날 이 여성은 시체로 발견됐고 그동안 마을의 연쇄살인 사건이 모두 아가씨의 소행이었음이 드러났다.
아가씨를 살인범으로 밝힌 '마을'은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광속으로 질주해 공포를 자아냈다. 김혜진이 아치아라를 찾은 이유, 그리고 김혜진과 가영(이열음)이 이복자매였음을 밝히며 꼬인 매듭을 풀어갔다.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그랬듯 엔딩이었다. 한소윤에게 접근하는 아가씨의 모습을 진득하고 밀도 있게 그려 오싹함을 전했다. 김혜진과의 에피소드를 한소윤에게 고백하며 마음의 경계를 푼 아가씨. 김혜진을 관찰하던 카메라를 한소윤에게 보여주며 도망칠 수 없게 올가미를 옥좼다. 이런 아가씨의 행동을 수상쩍게 여긴 김혜진은 아가씨가 맥주를 꺼내는 동안 그의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이때 벽에 자신의 모습이 여러 장 찍힌 사진들을 발견했다. 김혜진이 찍혔던 모습 그대로 말이다. 시청자 모두를 김혜진으로 빙의시킨 순간이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마을'. 살인마의 호두소리가 들리면서 이날의 방송은 끝났다. 사지가 꽁꽁 얼어붙는 듯 섬뜩한 엔딩. 또 한 번의 살인을 예고해 시청자를 공포에 빠트렸다.
소박한 줄 알았던 '마을'이 무서운 괴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마을'을 향해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는 아닌듯싶다. 불도저 전개로 몰아치는 '마을'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 영화 '타짜'(06, 최동훈 감독)의 고니(조승우)가 생각난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