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5연패 실패와 주축 투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삼성 라이온즈의 제일기획행에 촉매제가 될까.
삼성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프로 스포츠단이 제일기획 아래로 뭉친 가운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행보가 여전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4월 프로축구 수원 삼성, 9월엔 남녀 프로 농구단을 인수했고, 올해 6월엔 삼성화재 배구단까지 가지고 왔다. 야구만을 제외하고 축구-농구-배구의 프로 스포츠 4개팀이 모두 제일기획 아래 한식구가 됐다.
여기에 야구단인 삼성 라이온즈도 제일기획으로의 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9월 제일기획은 삼성 야구단 인수에 대해 검토 초기 단계라고 공시한 바있다.
제일기획이 많은 투자가 필요한 프로스포츠를 안게 된 것은 더이상 프로스포츠를 '돈 먹는 하마'로만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프로스포츠는 사실 아마추어와 달리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프로스포츠가 돈을 벌기는 커녕 쓰는 구조로 돼 있다. 선수들의 높은 몸값과 운영비를 구단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굴지의 대기업이 아니라면 사실상 프로스포츠를 하기 힘들다. 프로야구의 경우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입장료나 광고료 수입으로는 1년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한다. 모기업에서 수백억원을 광고비로 지출하지 않는다면 자생하기 어렵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 히어로즈는 스폰서만 100개가 넘는다. 일본계 금융업체인 J트러스트의 제안을 받아들이려 한 것도 결국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 기업인 제일기획이 스포츠단을 맡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동안 성적에만 매달려 하지 않았던 돈 버는 사업을 마케팅 전문가들이 찾아내도록 한 것이다. 프로 스포츠를 하나로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프로야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만큼 야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전략이 세워질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최근 라이온즈가 연이은 악재를 맞으며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의 금자탑을 쌓을 때만 해도 라이온즈의 아성은 굳건해 보였다. 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5연패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터진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라이온즈를 집어 삼켰다. 주축 투수인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 등 3명이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으면서 결국 구단이 이들의 한국시리즈 출전을 금지했고, 그 여파로 라이온즈는 정규리그 3위팀인 두산 베어스에 1승후 4연패로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내줬다. 라이온즈는 도박과 함께 그 여파로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까지 겹쳐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내년 라이온즈는 오래 된 시민구장을 떠나 신축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새둥지를 틀게 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제일기획 아래서 새롭게 출발할 명분도 갖춰졌다. 겨우내 라이온즈의 거취가 프로야구에서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