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은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에 이름이 없었다. 지난해 4년간 84억원의 FA대박을 터뜨린 장원준이지만 강속구 투수도, 그렇다고 칼같은 제구력의 달인도 아니다.
하지만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삼성선수 3명이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제외되면서 뒤늦게 막차를 탔다. 김인식 감독은 장원준과 임창민 심창민 등을 대체카드로 뽑았다. 이중 장원준은 윤성환을 대신할 선발카드 중 하나였다.
차선책 장원준은 하늘이 내린 최선책이었다. 장원준은 11일 대만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015 프리미어12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등판했다. 일본에 0대5로 패한 뒤 한국대표팀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도 패한다면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장원준은 완벽한 피칭을 소화해 냈다.
7이닝 동안 82개의 볼을 뿌리며 4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위력적인 투구는 포스트시즌에서 보던 것과 다름 없었다. 장원준은 정규시즌에서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시즌 막판 구위 저하로 고생했지만 오히려 큰 경기에 강했다. 포스트시즌 4경기에 출전해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3승을 쓸어담았다. 탄탄한 제구력의 장원준을 선택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이날 장원준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각이 더 살아 있었다. 낙차 큰 커브의 제구력이 좋아 도미니카 타자들은 장원준의 빠른볼과 슬라이더 공략에 적잖이 애를 먹었다.
5회 실점 장면도 이용규의 실책성 2루타 때문에 만들어졌다. 이용규의 타구판단은 다소 늦었고, 포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무사 2루를 허용했고, 곧바로 적시타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9번 로드리게스를 투수 앞 땅볼, 1번 펠리스를 상대로 병살타를 만들어내며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장원준의 호투가 이어지는 사이 답답하던 한국타선도 터지기 시작했다. 한국대표팀은 7회 2점, 8회 5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 모든 것이 든든하게 마운드에서 버틴 장원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