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최하는 첫 대회다. WBSC는 야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재진입을 위해 국제야구연맹(IBAF)에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야심차게 출범한 첫 프리미어12는 시작부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0인 로스터 선수들을 내어주지 않으면서 맥이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넣고자 애쓰는 일본야구계의 호응속에 대회가 마련됐다.
세계야구랭킹을 감안해 A조와 B조를 나눴는데 시작부터 묘한 상황이다. 세계랭킹이 낮은 팀들이 연이어 상위랭커를 잡아 내고 있다. 네덜란드가 대만을 잡고, 캐나다가 쿠바에 이겼다. A조는 쿠바(3위) 대만(4위) 네덜란드(5위) 캐나다(7위) 푸에르토리코(9위) 이탈리아(11위)로 짜여져 있다. B조는 일본(1위) 미국(2위) 도미니카공화국(6위) 한국(8위) 멕시코(12위) 베네수엘라(10위). 한눈에 봐도 B조에 무게감이 실린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직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팀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야구월드랭킹 속 허구 요소 때문이다. 야구랭킹은 최근 4년간 WBSC 주최나 공인대회의 성적을 포인트화 해서 매긴다. 성인대회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유소년대회까지 포함된다. 야구는 축구급의 글로벌 스포츠가 아니다. 극동 아시아와 북중미를 위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대회가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열리지 않는다. 컨트롤타워 이원화도 문제다. 메이저리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주력하고 있다. WBSC가 주도하는 프리미어12에 대해선 미온적이다. 메이저리그는 돈과 인기 모두 늘 풍족하다.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포인트 산정체계가 잘 잡혀있는 축구도 랭킹과 실제 실력의 실시간 동기화는 무리다. 벨기에가 FIFA 랭킹 1위인 상황이다. 벨기에는 29년전 월드컵 4강 1차례, 35년전 유로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벨기에 어린 선수들의 실력은 발군이지만 세계무대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하진 못한다. 브라질은 몇 년전 월드컵 개최로 인해 월드컵 예선에 나가지 못해(개최국 자동 본선진출) 세계랭킹이 계속 내려간 적이 있다. 월드컵의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FIFA랭킹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고 해도 브라질 축구를 만만하게 볼 팀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메이저리그가 강한 것이 온전히 미국 야구선수들 덕분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수많은 국적의 메이저리거를 품고 있다. 중남미 여러 나라의 수준급 선수가 포진돼 있고, 쿠바세도 무시못한다. 일본도 나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거들은 최우선이 리그 경기다. 몸이 재산이고, 돈은 메이저리그에서 나온다. 축구처럼 A매치 기간이면 리그가 중단되지도 않는다. 야구는 사실상 베스트로 국가대표팀을 꾸리는 것이 쉽지 않다. 국가대표간 대회성적이 그나라 야구실력의 전부라고 얘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