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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스텐처럼 견고했던 '김인식호'의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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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팀의 단단한 수비력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우려했던 돔구장의 핸디캡은 전혀 없는 듯 하다.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답게 다양한 장면에서 안정감을 과시하며 '아마 세계최강' 쿠바대표팀 5대0 완파에 기여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은 4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쿠바 대표팀과 '서울 슈퍼시리즈'를 치렀다. 프리미어12 본대회에 앞서 치르는 친선 경기로 일종의 '모의고사' 성격이 짙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쿠바전에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승패보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선수를 체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이 '체크 포인트'에는 야수들의 공격과 수비, 그리고 투수들의 투구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특히나 요주의 대상이었던 파트는 수비였다. 이는 쿠바와의 슈퍼시리즈를 치르는 곳이 새로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이었기 때문. 전날 스카이돔에서 첫 훈련을 한 대표팀 선수들은 돔구장 환경에 낯설어했다. 천정 부분의 색깔과 상대적으로 어두운 조명 탓에 뜬공 타구가 종종 시야에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고 걱정했다. 새 인조잔디와 내야 흙도 평소와는 다른 타구 바운드와 스피드를 만들어냈다.

결국 이 문제를 실전에서 대표팀 수비진이 어떻게 극복하는 지에 관심이 모였다. 이는 한국 대표팀이 프리미어12 개막전으로 일본과 경기를 치르는 곳이 바로 돔구장인 것과 관련 깊다. 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고척 스카이돔에서의 친선경기는 삿포로돔 개막전의 예행연습이었다.

하지만 대표팀 수비진은 마치 텅스텐처럼 견고했다. 야구계의 격언인 '주루와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이 쿠바전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기민한 풋워크와 타구 방향 예측, 그리고 순간적인 대처능력까지. 내외야 수비진은 그들이 정규시즌 때 보여줬던 안정된 수비력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돔구장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경기 초반부터 내야진이 쿠바 타자들의 타구를 빈틈없이 커버했다. 선발 김광현은 직구와 슬라이더 등으로 땅볼 타구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이를 모두 아웃으로 만들어줬다. 1회초 선두타자 마르티네즈와 2번 구리엘 4번 데스파이그네의 타구를 2루수 정근우와 3루수 황재균이 정확한 캐치와 빠른 송구로 모두 아웃시켰다.

2회에는 약간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선두타자 레이예스의 안타 이후 알라르콘이 유격수 쪽 느린 타구를 날렸다. 선발 유격수 김재호는 이 느린 타구를 병살 플레이로 만들기 위해 완전히 포구하지 않고, 글러브로 퍼올리듯 직접 토스를 했다. 2루수 정근우도 이 순간적인 김재호의 재치를 잘 받아줬다. 순간적으로 2루 커버에 들어와 베이스를 밟은 뒤 1루로 던졌다.

그러나 레이예스의 깊은 슬라이딩에 다리가 걸리며 송구 높이가 낮아지고 말았다. 1루수 박병호가 이 공을 정확히 잡지 못해 알라르콘이 세이프 되고 말았다. 상대 주자의 공격적인 슬라이딩을 정확히 피하지 못한 점을 제외하고는 나무랄 데 없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 내야진은 연이은 호수비 행진을 이어갔다. 3회에는 무사 1루에서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플레이를 깔끔하게 완성했고, 4회 1사 후에는 내야 안타성 타구를 2루수 정근우가 슬라이딩을 하며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원바운드로 까다로운 송구였지만, 박병호가 정확히 이 공을 미트 포켓에 넣었다. 교체된 허경민 역시 9회초 마지막 타구를 빠른 풋워크로 쫓아가 한 바퀴 회전하며 1루로 던져 경기를 끝냈다.

외야수들도 뜬공 타구를 편안하게 잡아내는 모습이었다. 타구가 일시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정확히 세우고 나온 듯 했다. 결국 이날 대표팀은 완성된 '명품 수비'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수비에서는 걱정할 일이 없을 듯 하다.

고척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