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시티 로열스가 30년의 한을 풀었다.
캔자스시티는 2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퀸스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7대2로 이겼다. 상대 선발 맷 하비에 막혀 8회까지 득점이 없었지만 9회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2회 대거 5점을 뽑아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캔자스시티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5년 이후 30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가을 사나이' 범가너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올해는 4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하는 저력을 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메츠 선발 하비가 8회까지 캔자스시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안타 5개, 볼넷 2개, 삼진이 9개였다. 하지만 침묵하던 캔자스시티 타선이 9회초 역습을 시작했다. 선두 타자 로렌조 케인이 볼넷, 에릭 호스머가 좌월 2루타를 때려 1점을 만회했다. 다급해진 메츠 벤치는 부랴부랴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를 올렸다. 앞선 경기까지 불안했지만 다른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여기서 2루 주자 호스머의 발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마이크 무스타커스의 1루 땅볼 때 3루에 안착한 뒤 살바도르 페레스의 3루 땅볼 때 거침없는 홈 쇄도로 득점을 올렸다. 당시 전진 수비하고 있던 메츠 3루수 데이빗 라이트는 호스머를 눈으로 한 번 견제한 뒤 1루로 송구했다. 타이밍상 호스머가 홈으로 뛸 시간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라이트가 1루로 공을 뿌린 순간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1루수 루카스 두다가 포구 이후 서둘러 홈으로 뿌린 공은 악송구가 됐다.
분위기를 탄 캔자스시티는 12회초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살바도르 페레스의 우전 안타와 대주자 재러드 다이슨의 도루로 만든 1사 2루. 대타 크리스티안 콜론이 좌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또 상대 실책, 알시데스 에스코바의 2루타로 1점을 더 달아났고, 계속된 1사 만루에서 로렌조 케인이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렸다.
'안방마님' 페레즈는 시리즈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5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22타수 8안타 타율 3할6푼4리를 기록했고, 적절한 볼배합으로 투수들을 효과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 받았다. 월드시리즈에서 포수가 MVP에 오른 것은 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팻 보더 이후 23년 만. 페레즈는 우승 당시 웨이드 데이비스와 격한 포옹을 했다.
네드 요스트 캔자스시티 감독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더블A 시절을 거쳐 빅리그에 올라왔다. 열정, 경쟁심 등으로 뭉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아메리칸 챔피언십 트로피를 받았을 때 구단주가 깃발이 달린 것으로 받고 싶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메츠 마무리 파밀리아는 이번 시리즈에서 블론세이브만 3개 기록하며 역대 월드시리즈 최다 블론세이브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포스트시즌으로 범위를 넓히면 2004년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가 3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월드시리즈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