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에 꼭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예기치 못한 네거티브(부정적) 변수가 얼마든지 나온다. 이걸 고려하지 않는다면 너무나 순진한 것이고, 아예 모른척 한다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또 한 번쯤 악재를 걱정해보는 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악재를 예상하고 그걸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세우면 더욱 안정감있는 일처리가 가능하다. 이런 원리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둔 박병호의 포스팅에도 적용된다. 온통 장밋빛 전망 뿐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 번쯤 우려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박병호는 김광현, 양현종처럼 되진 않을까.'
2일 포스팅 신청을 하는 박병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돼 왔다.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홈런 생산 능력을 보였던 박병호다. 이런 해외 스카우트들의 관심은 지당하다. 특히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돌파하자 이런 관심도는 최고치를 찍었다. 보스턴,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샌디에고 등 20여개 구단이 박병호를 관찰하기 위해 야구장으로 몰렸다.
때문에 박병호는 '포스팅을 신청하기만 하면' 당장 엄청난 액수에 계약할 수 있을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안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화 된 하나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의미없는 투자, 효용 가치가 떨어지는 구매는 지양하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분명 박병호 포스팅 참가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어찌보면 지난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 입성한 강정호보다 더 안좋을 수 있다. 우선은 박병호의 특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그는 '오른손' '거포' '1루수'다. 발은 느리지 않지만, '빠르다'고 할 정도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개별 특성들은 메이저리그 혹은 마이너리그 팜시스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스펙이다. 박병호 급의 덩치에 그 이상의 운동능력을 지닌 유망주들이 많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거포 1루수'는 백인들의 점령지였다.
분명 박병호가 KBO리그에서 확연히 뛰어난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이게 메이저리그에서도 똑같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부분에서 강정호의 역할이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건 맞다. 강정호가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적응력을 보여준 덕분에 메이저리그에서는 'KBO리그라도 톱클래스 선수는 MLB에서도 통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또한 강정호는 그나마 운이 좋았던 편이다. 피츠버그의 2루수와 유격수 파트가 워낙 공수에서 약한 전력이라 오히려 해 내야 멀티 수비가 가능한 강정호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수비력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었고, 타격은 그 다음 문제였다. 그러나 박병호의 포스팅에 참가하는 MLB구단들은 그의 수비력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99% 이상 공격력, 특히 홈런 생산 능력을 기대한다. 기본적으로 '30홈런 이상'이 MLB구단들이 박병호에게 바라는 기준점이다.
하지만 수비와 달리 타격, 특히 '홈런'에 대한 기대가치는 미리 추정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홈런 자체가 구장이나 상대 투수 등의 변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병호에 대한 가치를 저평가하는 구단들의 경우 그의 '목동구장 의존도'나 '저조한 에이스 상대 타율'을 네거티브 변수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박병호는 올해 SK 김광현(2타수 무안타) 한화 로저스(4타수 무안타) NC 스튜어트(9타수 1안타) 해커(8타수 2안타) 삼성 임창용(6타수 무안타) 안지만(4타수 무안타) 등 강속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지닌 에이스와 필승조 투수진에게 약했다.
또 넥센 이적후 홈런 타자로 변신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5년간 기록한 186개의 홈런 중에서 무려 103개(55.4%)를 작은 목동구장에서 날렸다. 같은 기간 잠실구장에서의 홈런은 13개 뿐이었다. 사직구장에서도 12개의 홈런 밖에 치지 못했다. 이런 구장 편향성 역시 MLB 구단들의 포스팅 결정에 네거티브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박병호가 실제 포스팅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이런 네거티브 요인을 역이용하거나 잘 포장해야 할 듯 하다. 단순히 'KBO리그 최고 홈런 타자'라는 타이틀만 앞세운다면 지난해 포스팅 실패를 경험한 김광현이나 양현종의 전철을 밟게될 수도 있다. 내·외신에서는 온통 희망에 찬 전망들을 늘어놓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 수록 박병호는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그게 포스팅 성공을 위한 지름길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