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조차 놀란 엄청난 역투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버티기 싸움이라고 생각했다"며 그저 투구 자체에만 집중했다는 소박한 소감을 밝혔다.
두산 베어스 노경은이 4차전의 '영웅'이 됐다. 한 마디로 4차전에서의 노경은은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에 버금갔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노경은은 5⅔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4대3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갑자기 등판했다. 선발 이현호가 무너지면서 2-3으로 역전당한 2회초 2사 때 나왔다. 그러나 마치 선발처럼 던졌다. 92개의 공을 던지며 8회 2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노경은의 막강한 투구에 삼성 타선은 무기력했다. 3~5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 범퇴를 기록하며 초반 기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특히 6회 무사 1, 2루 위기에서도 침착하게 최형우를 2루수 인필드 플라이로 잡은 뒤 박석민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이런 노경은의 호투는 김태형 감독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김 감독은 "솔직히 이렇게 잘 던져줄 줄 몰랐다"며 노경은에게 찬사를 보냈다.
노경은은 이날 역투의 비결로 투구 밸런스를 들었다. 특히 투구판을 밟는 발의 위치를 조정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투구를 할 때 힘이 잘 안 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살펴보니 투구판을 밟는 오른발이 열려 있더라 그걸 교정하니 타이밍과 밸런스가 살아났다"며 호투 비결을 밝혔다.
이어 노경은은 "오른손 타자에게는 포크볼을 던지기 부담스러웠다. 몸에 맞힐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 포크볼은 실투가 되면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나바로에게 맞은 파울 홈런도 그래서 나왔다. 그 타구가 나왔을 때 숨을 5초 정도 쉬지 못했다. 홈런인줄 알았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도와주신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승자의 미소였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