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편 불펜이 무너지며 우리가 이기면 최상의 시나리오인데..."
두산 베어스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대9 역전패를 당했다. 치명적인 패배.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두산은 이길 수 있는 찬스를 많이 잡았었다.
가장 중요한 건 1차전부터 이번 시리즈 관건이 되는 불펜 싸움에서 상대에 승기를 내줬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번 시리즈 도박 스캔들로 인해 최강 필승조인 안지만과 마무리 임창용을 쓸 수 없다. 엄청난 타격이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만약, 1차전 상대 불펜이 무너지며 우리가 이긴다면 시리즈를 쉽게 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맞는 말이었다. 삼성은 심창민과 차우찬으로 시리즈를 매조지하려 하는데,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삐걱거린다면 삼성은 시리즈 운영이 힘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이 아니라 두산에서 발생했다. 필승조 함덕주가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덜덜 떠는 모습으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1차전 조기 투입 강수를 둔 마무리 이현승도 결정적인 실책의 빌미를 제공해 자신감이 떨어졌다. 반면, 삼성의 전천후 투수 차우찬은 1점차 리드 1사 1, 3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자신감을 찾았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삼성의 투수진 걱정을 시작으로 치러진 시리즈다. 하지만 삼성보다 두산이 1차전부터 불펜 치부를 드러냈다. 남은 경기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의 신뢰가 두산보다는 삼성쪽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두산의 경우,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또 우리 불펜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무너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