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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해커-유희관은 박수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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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에릭 해커(NC)와 유희관(두산)은 박수를 받아야 한다.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가 최종전까지 갔다. 1차전 니퍼트의 호투를 앞세워 기선 제압에 성공한 두산이 2,3차전 연거푸 패하며 시리즈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3일 쉬고 재차 등판한 니퍼트가 다시 한 번 믿기 힘든 호투를 펼치며 벼랑 끝에서 팀을 구했다. 이 기간 삼성의 원정 도박 의혹 파문, kt 장성우의 SNS 파문, 일본계 대부업체와 손을 잡으려는 넥센의 파문 등으로 야구계가 시끄러웠지만 양 팀은 엎치락뒤치락 혈투를 벌이며 가을 야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특히 사제지간인 김경문 NC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은 보이지 않는 지략 대결을 펼치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베테랑 이호준(NC)-홍성흔(두산), 안방마님 김태군(NC)-양의지의 입담 대결도 여전했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유독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두 명의 투수가 있어 안타깝다. 정규시즌 다승왕 해커, 이 부문 2위 유희관이 그렇다. 해커는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아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66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이 6개 있었지만 실투가 많아 장타를 얻어맞았다. 또 니퍼트와 마찬가지로 3일 쉬고 등판한 4차전에서도 5⅓이닝 8피안타 3실점으로 제 몫을 못했다. 93개의 동을 던지며 안타를 많이 맞았고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날아오는 행운이 따르며 대량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평이 나왔을 정도다.

해커는 지난해 가을 야구에서도 재미를 못 봤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3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의 쓴 맛을 봤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3경기 성적은 3전 전패, 평균자책점 7.11. 특유의 스트라이드 동작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려놓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석으로 찔러 넣는 그 만의 장점이 포스트시즌만 되면 사라지는 모양새다.

올 가을에서 힘을 못 쓰는 건 유희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13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이닝 7피안타 3실점 했다. 21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2⅓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일각에선 사령탑의 교체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규시즌에 비해 불안한 투구 내용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유희관은 2년 전만 해도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난 공을 뿌려대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려 놓았으나 두 번째 가을 야구에서는 상대의 집중 분석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 두 명은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해커와 유희관이 없었다면, 현재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팀은 다른 구단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해커는 올 페넌트레이스 31경기에서 204이닝을 소화하며 19승 5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다승 1위, 승률 1위(0.792), 평균자책점 2위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우뚝 섰다. 김경문 감독은 "해커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시즌 전 셋업맨 원종현의 갑작스러운 수술, 시즌 중 찰리와 이재학의 난조로 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해커가 마운드의 무게 중심을 잡아 줬다는 설명이었다.

두산도 유희관이 없었다면 가을 야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노히트노런을 한 마야는 퇴출됐고 대체 용병 스와잭은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효자' 소리를 듣는 니퍼트도 몇 가지 부상으로 일 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았다. 여기에 5선발 후보 이현승마저 손가락 미세 골절로 시즌 초반 재활군에 있던 상황. 유희관이 나갈 때마다 긴 이닝을 소화해주며 불펜의 짐을 덜어줬다. 4일 쉬고 등판하는 스케줄도 문제 없다고 코칭스태프를 안심시킬 정도였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30경기에서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 정규시즌 두산의 에이스는 유희관이었다.

다만 둘 모두 팀 내에서 유일하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풀타임 뛰면서 정작 가을에는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20승' 고지가 눈앞에 있어 9월 중순부터 무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쉬어야 할 타이밍에 더 세게 공을 던지면서 팀을 이끌어온 두 투수에 대한 '현재' 평가는 좋지가 않다. 일부 야구팬의 얘기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둘이 없었다면 2위 NC, 3위 두산의 성적도 없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 남은 한국시리즈 결과에 상관없이 해커와 유희관은 이미 자신의 연봉 200% 이상의 활약은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