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1승2패, 특히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무려 2대16으로 대패하면서 최악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두산의 뚝심은 살아있었다. 22일 4차전에서 7대0으로 영봉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제 플레이오프의 향방은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결정된다.
두산으로서는 4차전 영봉승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현수의 지속적인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팀의 4번타자로서 포스트시즌에 약했던 면모를 떨쳐내야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이 커진다.
김현수의 중요성은 4차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날 3차전까지 김현수는 겨우 11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두산의 패배를 모두 김현수의 부진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큰 원인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4차전에서 김현수는 그간의 부진을 씻어냈다. 2안타 2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3-0으로 앞선 7회말 1사 3루 때 좌전 적시 2루타를 날려 분위기를 완전히 두산 쪽으로 끌어왔다.
이때의 적시 2루타는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향후 김현수가 두산 타선에서 다시 핵심적인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는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김현수가 4차전에서도 계속 부진했다면, 두산은 5차전에 간다고 해도 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양의지도 발가락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김현수마저 계속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면 타순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는다.
하지만 김현수는 극심한 압박감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4차전의 멀티히트에서는 김현수의 책임감과 의지가 옅보였다. 팀으로서도, 김현수 본인으로서도 대단히 의미있는 2안타였다.
관건은 이런 기세를 24일 5차전에서도 보여줄 수 있느냐다. 김현수가 기세를 이어간다면 두산으로서도 한층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정수빈-허경민의 테이블세터진에서 3번 민병헌까지 이어지는 상위 타순의 타격감이 좋은 만큼 김현수가 적절한 타이밍에 클러치 능력을 발휘한다면 '대권 도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 과연 김현수는 4차전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