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가 용병대혈투로 번질 조짐이다. 1차전에서 두산 외국인투수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역사를 바꿔 버렸다. 외국인투수 플레이오프 최초 완봉승(7대0 두산 승). 두산 민병헌의 홈런 두 방도 니퍼트의 몬스터 활약에 살짝 빛이 바랬다. 2차전은 NC 외국인투수 재크 스튜어트가 9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 완투승으로 반격에 성공했다. 두산 주장 오재원의 부활 솔로포는 그냥 묻혔다.
이제 승부는 최소 4차전으로 이어진다. 5차전까지 승부가 펼쳐진다면 니퍼트와 스튜어트의 정면대결이 예상된다. 니퍼트는 닷새를 쉬고 나오고, 스튜어트는 나흘 휴식 뒤 출격할 수 있다. 정상적인 로테이션 범주다. 이들 외에도 NC의 다승왕 외국인투수 해커도 1차전 부진을 뒤로하고 4차전 출격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타자들도 마찬가지다. 홈런의 중요성은 1,2차전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 NC 테임즈는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고, 두산도 로메로가 언제 투입될 진 몰라도 파워를 그냥 썩힐 지는 두고봐야한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포스트시즌마다 중요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는 유독 심하다. 니퍼트의 완벽한 부활이나 스튜어트의 강력한 존재감은 예상 범주를 상당히 벗어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니퍼트가 이정도로 잘 던질 줄은 몰랐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2차전 뒤 김경문 NC 감독 역시 스튜어트 칭찬에 입이 마를 지경이었다.
이처럼 팽팽한 분위기라면 5차전까지 승부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있는 삼성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지만 두산과 NC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5차전은 150㎞대 강속구와 과감한 몸쪽 승부, 훌륭한 변화구 제구력까지 교집합이 꽤 있는 니퍼트와 스튜어트의 한판 승부가 기대감을 키운다. 용병 시리즈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외국인선수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포스트시즌은 더 그렇다. 중심과 중심이 맞붙기 때문이다. 철석같이 믿은 외국인 선수가 부진하면 대체불가능한 구멍이 생긴다. 2000년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엔 외국인타자 톰 퀸란이 있었다. 2001년 두산의 우승도 타이론 우즈없인 불가능했다. 둘은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도 삼성 나바로가 한국시리즈 MVP였다.
올시즌 가을야구에서 살아남은 세 팀(삼성 NC 두산)중 용병 파워로만 따진다면 'NC > 삼성 > 두산' 순이다. NC는 최강 외국인타자 테임즈가 버티고 있고, 이미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고 있는 스튜어트, 해커까지 버티고 있다. 삼성도 부상에서 돌아온 피가로, 선발 한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큰 클로이드, 큰 경기에 강한 외국인타자 나바로가 있다. 두산은 구위를 회복한 니퍼트만이 홀로 싸우는 형국이다. 로메로는 부진, 스와잭은 부상이다. 스와잭의 한국시리즈 출전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두산 입장에선 두 팀을 볼때마다 부러울 수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