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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포인트-R(주루)] 정수빈 런 앤 히트, NC의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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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PS포인트-R(주루)]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타선의 가장 큰 문제는 병살타였다. 4경기 동안 총 6차례의 병살타가 나왔다. 경기당 평균 1.5개가 발생했다.

당연히 경기의 맥을 끊는다. 야구 전문가들은 "한 경기에서 3개의 병살타가 나오면 사실상 이기기 힘들다"고 했다. 2차례만 나와도 흐름 자체를 끊어버린다. 하지만 깊숙히 가면 '병살타의 두 얼굴'에 주목해야 한다.

병살에 대한 압박 때문에 희생번트나 작전을 걸면 타자들의 감각에 약간의 이상을 일으킨다. 즉, 팀 타격 사이클을 전체적으로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역작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하나, 병살타를 방지하기 위해 작전을 쓴다고 해도 통할 지도 미지수다. 넥센과 맞붙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준 PO에서 더블 아웃이 많았다. 히트 앤 런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사실 맞아 떨어지면 매우 화려하고 좋다. 하지만 실제로 히트 앤 런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고 했다.

조건 자체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특히, 타자는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맞히는 센스도 있어야 확률이 높아진다. 어설픈 히트 앤 런은 더블 아웃의 위험이 커진다. 삼진과 함께 도루 시도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산 팀컬러의 영향도 있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은 타자들의 타격 능력을 믿고 맡기는 편이다. 두산은 상, 하위 타선이 골고루 강한 팀이다. 경험도 풍부하고 노련하다. 때문에 세밀한 작전보다는 타자의 타격감을 믿고 '빅이닝'을 만드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때문에 그는 준 PO에서도 "타자의 시야에 공이 들어오면 망설임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적극적인 타격을 독려한다. 그 결과 4차전 9회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김 감독은 '히트 앤 런'에 대해 "상황에 맞게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런데 실전에서 곧바로 일어났다. 1회 두산은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안타를 쳤다. 허경민이 타석에 등장했다.

흐름이 묘했다. 에이스들의 맞대결이다. 두산은 니퍼트, NC는 다승왕 해커가 마운드에 들어섰다. 당연히 1점이 무척 중요한 시점이었다. 게다가 실전 적응이 필요한 NC였다. 두산 입장에서는 선취점을 얻어 압박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꼭 필요한 상황. 볼 카운트는 2B 1S 상황. 해커 입장에서는 스트라이크가 꼭 필요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이 말한 '히트 앤 런 상황'이었다. 결국 두산 벤치는 움직였다. 정수빈이 사실상 도루 스타트를 끊었다.

해커는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졌다. 동시에 유격수 손시헌이 2루 베이스 커버를 위해 움직였다. 이때, 허경민이 재치있게 타구를 맞혔다. 공교롭게도 정상적인 유격수 위치로 큰 바운드를 형성하며 날아갔다. 하지만 역동작에 걸린 손시헌은 타구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좌전안타가 됐다. 병살타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 무사 주자 1, 3루의 황금찬스로 변모했다. 흐름 자체가 완벽하게 두산쪽으로 흘렀다. 결국 두산은 2점을 선취했다. 실전감각과 플레이오프 경험이 떨어지는 NC 입장에서는 치명타였다. 결국 두산의 '야심찬' 런 앤 히트가 NC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두산 테이블 세터진 정수빈의 뛰어난 주루와 허경민의 배트 컨트롤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