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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중국 농구, 평균 연령 '24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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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4강 팀은 중국과 이란, 일본과 필리핀이다. 그 중 중국과 필리핀이 3일 결승에서 맞붙어 2016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을 노린다.

한국은 8강에서 이란에 덜미를 잡혀 2009년 텐진 대회 이후 6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협회의 지원이 부족했고 부상 선수가 속출했다. 태극전사들이 손 발을 맞출 시간도 턱 없이 부족했다. 한중일 가운데 NO.2를 자부하던 한국 농구. 한 수 아래의 일본이 4위 안에 들며 자존심에 멍이 들었다.

물론 일본은 엄청난 운이 따르긴 했다. 대회 첫 경기에서만 이란을 만났을 뿐, 이후 중국과 한국, 이란을 모두 피했다. 8강전 상대도 카타르. 해 볼만 한 팀이었고, 실제로도 이겼다. 그럼에도 하세가와 겐지 대표팀 감독이 오랜 기간 팀의 조직력을 다져온 것만은 인정해야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최종 순위도 우리보다 위다. 내년부터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는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완벽히 부활한 중국 농구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홈 어드벤티지를 안고 있는 중국은 2일 이란과의 4강전에서 내외곽이 고르게 터지며 70대57로 격파했다. 경기 전만해도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공정한 판정 속에 중국 선수들이 월등히 잘했다. 이란은 개인 능력에만 의존해 무리한 공격을 전개하기 일쑤였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이날 중국의 선발 출전 명단이다. 자오즈웨이(20·1m85), 딩얀유항(22·2m), 조우펑(26·2m06), 이젠롄(28·2m13), 조우치(19·2m17)가 먼저 코트에 들어섰다. 모두 이십 대. 자오즈웨이는 95년 생이고, 조우치는 96년 생이다. 딩얀유항도 93년 생, 조우펑 89년 생, 이젠롄이 87년 생으로 나이가 가장 많다. 중국은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평가된 이란 전에서 선발 평균 연령이 23세였다. 완벽하게 세대교체가 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농구계에선 중국 농구가 몰락했다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중국은 직전 아시아선수권에서 5위에 그치며 FIBA 월드컵 출전에 실패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긴 상황. 하지만 창사에서는 달랐다. 노장 류웨이(35, 1m90)가 12명의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평균 연령이 24세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팀이 바로 중국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평균 연령이 27세다. 이란, 일본(이상 28세)과 큰 차이가 없고, 문태영(37)이 맏형이다. 양동근 34세, 조성민 32세, 김태술이 31세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중고참은 87년생 동갑내기 이정현과 박찬희. 이는 한국 대표팀의 나이가 많다는 얘기가 아니다. 양동근을 실력으로 넘어설 후배가 전무하고 조성민처럼 외곽에서 공격을 풀어줄 슈터가 없다. 흔히 농구 선수의 전성기는 20대 중후반이라고 하고, 이번 한국 선수단의 평균 연령이 딱 그렇다.

다만 중국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신예들을 과감히 키울 필요가 있다. 중국은 조직력이 전혀 없다는 비아냥을 감수하며 버틴 끝에 창사 대회에서 월등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2일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이란이 힘 한번 못쓰고 어린 선수들에게 당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다.

중국은 이번 대회를 위해 7월 중순부터 러시아, 이탈리아 등과 친선전을 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했다. 6월에는 리투아니아를 안 방으로 불러 들여 평가전까지 치렀다. 말 그대로 적극적인 투자. 중국 대표팀 에이스 이젠롄은 일전에 "현재 대표팀에선 어린 선수들이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중국 농구가 더 강해지려면 어린 선수들이 더 성장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협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우리 대표팀이 추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창사에서 가능성을 보인 대학생들, 또 성인 대표팀에 처음 승선해 공수에서 맹활약 한 이승현을 어떻게 키우고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들은 한국 농구의 미래다.

창사(중국 후난성)=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