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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전후가 180도 다른 추신수, 9월 MVP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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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33)의 2015시즌은 올스타 브레이크(7월 14~17일) 전과 후로 양분된다.

추신수는 올스타 휴식기 전인 전반기에 메이저리거가 된 후 가장 부진했다. 스스로도 믿기 힘들었다고 했다. 타율 2할2푼1리, 출루율 3할5리, 장타율 3할8푼4리였다. 미국 언론들은 텍사스가 추신수와 장기(7년 1억3000만달러) 계약한 건 잘 못한 선택이었다고 혹평했다. 추신수의 올해 연봉은 1400만달러.

초보 사령탑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은 추신수에게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믿고 기다리다는 쪽이었다. 하지만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좌완 투수가 나오면 그를 선발 출전에서 제외시켰다. 좌완 상대 기록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배니스터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좀더 많은 출전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고참 선수로서 추신수가 사령탑에게 개별 면담을 요청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추신수는 후반기에 오뚝이 처럼 벌떡 일어났다. '플래툰 시스템'도 극복했다. 전반기에 갈피를 잡지 못했던 타순도 2번으로 고정됐다.

2할4푼대에 머물렀던 타율은 지긋지긋했던 2할5푼 벽을 넘자마자 2할6푼을 찍고 바로 2할7푼대에 진입했다.

21일(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2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한 추신수는 시즌 타율 2할7푼2리, 출루율 3할7푼2리, 장타율 4할4푼8리가 됐다. 올스타 전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수치가 치솟았다.

이렇게 시즌 성적이 오를 수 있었던 건 올스타 브레이크 후에 모두가 깜짝 놀랄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A급에 해당된다. 타율 3할5푼4리, 출루율 4할6푼9리, 장타율 5할5푼4리다. OPS(출루율+장타율)가 10할을 넘어섰다.

추신수 처럼 전반기 부진을 씻고 후반기에 도약한 스타 중에는 토론토 엔카나시온과 보스턴 오티스가 대표적이다.

추신수는 자신이 후반기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었던 계기로 올스타전 휴식기때 아내(하원미씨)와 나눈 대화를 꼽았다. 당시 추신수의 아내는 추신수에게 "기초가 탄탄한 나무는 어떤 시련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마이너리그를 거쳐 빅리그에서 뿌리를 내린 추신수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추신수는 올해 전반기에 고전할 때도 타격 기술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고, 쫓기다보니 선구안도 나빠졌던 것이다.

요즘 타석에 선 추신수는 자신감에 차 있다. 과거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 시절 처럼 '출루 기계'로 변신했다. 정면승부를 걸어오는 투수의 '실투(가운데 몰린 공)'를 놓치지 않고 안타로 만들고 있다. 또 유인구 또는 스트라이크존을 조금씩 빗겨가는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잘 골라내고 있다. 타율과 출루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추신수의 9월 '스탯'은 리그 최상급이다. 타율 4할5푼5리, 출루율 5할7푼1리, 장타율 6할3푼6리. OPS가 10할(1.207)을 훌쩍 넘겼다. 추신수는 볼티모어 데이비스(0.379/0.520/0.828), 보스턴 오티스(0.315/0.381/0.741) 등과 9월 아메리칸리그 MVP 경쟁을 펼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추신수의 가치는 텍사스 구단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빛나고 있다. 텍사스는 21일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다. 2위 휴스턴과의 승차는 1.5게임.

텍사스는 추신수가 테이블세터로 멋진 '밥상'을 차리면서 휴스턴을 1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텍사스는 앞으로 13경기 남았다.

추신수가 9월 환상적인 타격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과 텍사스의 서부지구 우승 달성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