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까지 도루 4개만을 남겨뒀다. NC외국인타자 테임즈가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길을 질주중이다. 40홈런-40도루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전무했던 기록이다. 테임즈는 20일 현재 43홈런-36도루로 기록달성에 도루 4개만을 남겨뒀다. 남은 경기는 자꾸 줄어드는데 도루는 늘지 않고 있다. 팬들은 대기록 달성에 애가 타지만 테임즈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잘 나가는 팀, 개인 기록으로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산술적으로 132경기에서 36도루를 기록, 시즌 144경기에서 39.27개의 도루가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하지만 도루는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최근 6경기에서 테임즈는 도루를 추가하지 못했다. 9월 11일 넥센전이 마지막 도루였다. 이 기간 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부상이나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테임즈는 8월부터 9월 20일까지의 타율만 놓고보면 전체 1위다. 128타수 56안타, 타율은 0.438에 이른다. 여기에 32개의 볼넷과 6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뛸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테임즈는 수차례 기록 도전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을 당시에도 "기회만 된다면 40홈런-40도루에 있는 힘을 다해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팀플레이를 알기에 무리하지 않고, 모든 조건이 맞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
2위를 굳혀가고 있는 NC는 선두다툼 중이다. 시즌 승부처에선 엇갈린 선택, 사건 사고 하나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특히 중심타자의 부상은 재앙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테임즈의 부상 가능성과 타격 페이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과감한 도루에 대해 걱정스런 시선을 보낸 적이 있다. 선수 개인의 위대한 기록을 막을 생각은 없지만 기록만 보고 욕심을 내다가는 기록 실패 뿐만 아니라 팀도 망가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기록의 폐해는 꽤 있었다. 선수의 개인욕심과 팀가치가 부딪혀 파열음을 내고, 페어플레이를 좀먹기도 했다. 치열한 타격왕 싸움 때문에 타석을 거르기도 하고 골라 출전하기도 하는 등 시즌 막판 눈치작전이 없지 않았다. 프로야구의 기본에도 어긋나는 이런 행위들로 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적어도 테임즈는 개인 기록 때문에 팀을 돌보지 않는 우를 범하진 않는다. 또 다른 팀을 밟고 올라서는 행위도 없다. 테임즈는 도루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무리하지 않는다. 나성범 이호준 등 뒤를 받치는 타자들의 폭발력도 위험을 떠안고 도루를 감행할 이유를 줄인다.
지난 17일 한화전에서 보여준 테임즈의 모습은 기록만큼이나 위대했다. 테임즈는 11-4로 크게 앞선 8회 1루에 출루해지만 뛰지 않았다. 손쉽게 도루 1개를 추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 막판 큰 점수차에 상대를 배려해 뛰지 않았다. '야구 불문율'이 유명무실해진 올시즌이지만 테임즈는 이런 저런 마이너스 요소를 걷어내 기록의 순도를 높이고 있다.
남은 경기는 12게임, 과연 테임즈가 대기록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이번이 아니면 한국야구에서 언제 다시 이 기록을 볼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