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돌아온 것일까. 일단 최근 2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다.
손승락은 8월 들어 주춤했다. 9경기에서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이 무려 11.57이나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제구였다. 공이 잇따라 한 가운데로 몰렸다. 볼넷보다 방망이 중심에 맞아 나가는 타구들이 코칭스태프를 불안하게 했다.
그는 작년까지 직구, 컷 패스트볼(커터)만 던져 2년 연속 구원 1위를 차지했다. 2013년에는 46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마무리 투수 최초로 골든글러브의 영예까지 안았다. 비결은 역시 제구였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몸쪽 승부를 했다. 스트라이크 좌우 폭을 넓게 썼다. 그 결과 리그에서 손승락의 공을 정타로 연결한 타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의도와 다르게 스트라이크존 한 복판으로 공이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구종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승락이는 포스트시즌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많은 선수"라며 "다른 구종이 장착되면 상대가 쉽게 공략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본인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화는 곧 찾아왔다. 지난 16일 목동 LG전에서 슬라이더 구사율을 부쩍 늘린 것이다. 6회부터 중간 계투로 나온 그는 이날 총 22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15개, 슬라이더 7개, 커터 1개다.
슬라이더는 커터보다 느린 대신 휘는 각이 크다. 종으로 떨어지는 것이 이상적인데, 최근에는 조무근(kt)의 슬라이더가 아주 위력적이라고 한다. 손승락은 그 간 슬라이더를 많이 안 던졌기 때문에 사실 실전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지 의문이었다. 선수 본인도 박빙의 승부에서 가장 자신 있는 구종으로 승부하고 싶어했고,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직구 또는 커터를 택했다.
그런데 이날 슬라이더는 생각보다 큰 위력을 발휘했다. 130㎞ 초반대의 변화구에 타자들이 타이밍을 빼앗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표적으로 7회초 양석환(LG)은 거푸 들어온 4개의 슬라이더에 눈이 익은 탓인지, 바깥쪽 커터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4~5㎞ 속도 차이가 만든 삼진이었다.
지난 18일 잠실 LG전도 그랬다. 직구, 커터, 슬라이더에다가 포크볼까지 던지며 위기를 돌파했다. 그는 7-5이던 8회말 무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안타 무실점 피칭으로 시즌 22세이브를 기록했다. 8회 선두 타자 최경철의 번트 때 선행주자를 3루에서 잡았고, 대타 채은성은 헛스윙 삼진, 곧이어 1루 주자 최경철의 도루 실패로 이닝을 끝냈다. 9회에도 3명의 타자를 간단히 요리하며 모처럼 세이브를 챙겼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