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배드민턴 국제대회 빅터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가 20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이 대회는 미리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나 다름없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승인하는 국제대회는 1∼6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올림픽, 세계선수권이 1등급이고, 코리아오픈같은 슈퍼시리즈가 2등급에 속한다.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의 세계랭킹 상위 1∼10위가 의무적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올림픽 메달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유연성(수원시청)-이용대(삼성전기)를 비롯해 여자단식의 간판 성지현(새마을금고) 배연주(KGC인삼공사) 등 에이스를 총출동시킨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에 2가지 중요 과제와 실험을 안고 코리아오픈에 뛰어든다.
▶개최국의 자존심을 살려라
당장 지난해의 수모를 날려야 한다. 한국은 2014년 코리아오픈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의 5개 종목에서 모두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단식 성지현이 동메달을 수확한 게 전부였다. 이 대회가 1991년 시작된 이후 은메달도 하나 건지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안방에서 잔칫상 차려주고 남들이 잔치 즐기는 걸 봐야 했던 한국은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개인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2주일 동안 외출·외박을 자제하는 대신 '납조끼(납덩어리가 장착된 훈련 조끼)'를 입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체력강화를 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노리는 유연성-이용대는 지난주 일본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한동안 부진했던 여자복식, 혼합복식도 입상하는 등 일단 예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남자복식은 유연성-이용대조뿐 아니라 신백철-고성현(김천시청), 김기정-김사랑조(삼성전기)가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2013년 여자단식 우승자인 성지현, 성지현과 1, 2인자를 다투는 배연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적의 여자복식 조합 찾아라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종의 모험을 본격화한다. 여자복식에서 최적의 조합을 다시 찾는 것이다. 2000년대 라경민-이경원, 이경원-이효정 이후 한국 여자복식은 국제무대에서 딱히 강한 조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2013년 장예나(김천시청)-엄혜원(새마을금고)이 은메달을, 2014년 이소희(인천공항)-신승찬(삼성전기)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부활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지만 올해에는 여자복식 3개조 모두 8강 이상을 넘지 못했다. 대표팀은 과감하게 짝 바꾸기를 시도했다. 2년 가까이 짝을 맞춰 온 장예나-정경은(KGC인삼공사), 이소희-신승찬조를 장예나-이소희, 정경은-신승찬으로 교차 결합시켰다. 내년 올림픽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인 '헤쳐모여'다. 지난주 일본오픈에서 시험 가동한 이들 조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오히려 대표팀 에이스가 아닌 김소영(인천공항)-채유정(삼성전기)조가 동메달을 따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 감독은 이제 막 짝을 바꾼 만큼 성적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이어 실전 실험을 거쳐 좋은 결과를 낸 콤비를 내년 올림픽까지 집중 육성하겠다고 했다. 바뀐 여자복식조는 이번 코리아오픈을 거쳐 다음달 열리는 덴마크, 프랑스오픈까지 출전한다. 일종의 테스트 과정이다. 여자복식의 중대한 실험은 코리아오픈에서 본격 궤도에 오른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